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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Feb 19. 2017

너 자신을 알기 위하여

영화 '와일드(Wild, 20014)' 감상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산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은 우주의 끝과 바다 밑바닥을 아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전혀 겪어보지 않은 환경으로 스스로를 '내던지는' 것이다. 조금 다른 환경 정도로는 안된다. 언어부터 생활패턴까지, 생판 겪어보지 못한 곳이어야 한다. 다르면 다를수록 좋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뀌면, 내가 보인다. 환경이 바뀌기 전과 바뀐 후의 공통점, 그것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이다. 과거의 일상이 A이고, 전혀 다른 환경이 B라면, A와 B의 교집합이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이 교집합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배낭여행을 간다. 혹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간 군대에서 뜻하지 않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도 한다. 배낭여행과 군대가 가장 흔한 케이스다.
위의 글만 읽어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좋은 시청각 자료가 하나 있다. 영화 '와일드(wild, 2014)'다. 
이 영화는 미국 종단 도보여행(PCT) 4,279 km를 3개월 동안 혼자 걸어간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다소 피학적인 여행일 수 있는데, 아마도 그녀는 스스로를 가학 하는 기분으로 이 여행을 시작한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 혼자 떠났던 배낭여행과, 혼자 던져졌던 군대 생각이 많이 났다. 나 스스로가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4천 킬로미터 도보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2시간이 조금 못 되는 영화를 보고 비슷한 효과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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