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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Aug 08. 2017

우리는 우주 만큼이나 우리 마음 속을 모른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015)에 대하여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2015). '안팎을 뒤집다'라는 뜻이다. 그 제목답게, 영화는 사람의 머릿속을 바깥 '세상' 처럼 그린다. 그곳에도 사람(비슷한것)과, 건물과, 순서와 질서가 있다. 인간의 복잡한 사고 체계와 감정을 캐릭터와 기믹을 통해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김현수 기자는 이 영화를 '인터스텔라와 정반대 방향'으로 삶의 해답을 찾아가는 영화라고 평했다. 인터스텔라가 인간 밖으로, 지구 밖으로, 태양계 밖으로 세계를 확장한다면, 인사이드 아웃은 머릿 속으로 파고든다. 두 영화 다 인간이 가보지 않은 곳을 그리면서 결국 인간을 말한다는 점에서 같다.


 인터스텔라는 인류를 구하기 위한 우주조종사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느 소녀가 겪은 사소한 사건 하나를 위해 100분을 소비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소하므로 이 영화의 의미가 더욱 커진다.
 
 사실 제3자가 보기에만 아주 사소한 사건일 뿐, 그 자신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다. 우리는 어릴때 그러한 경험을 많이 겪는다. 필자는 초등학교 3학년때 쳤던 시험이 당시 세상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시험 잘보게 해달라고 엎드려 조상님께 기도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6살짜리 어린 아이에게는 이빨 뽑으러 치과가는게 해고당한 어른 만큼이나 절망적인 일이니까. 그런 면에서 주인공을 12살 짜리 어린 소녀로 정한 것은 탁월했다.
 
 우리는 우주 만큼이나 우리의 마음 속을 모른다. 영화 감독도 모른다. 다만 알수 없는 것은 알수 없다고전제하고, 모르는 것을 상상력으로 채운다. 그렇기에 관객은 혼란스럽지 않게, 즐겁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데,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 유년기의 기억, 가족과의 추억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기에 대중영화가 가능하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고, 눈물짓는다.

 영화는 매우 섬세하다. 주인공 아버지와 어머니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장면이 그렇다. 어른의 머릿속은 아이보다 훨씬 (계기판이) 복잡하고, 다섯 감정이 동시에 계기판을 통제한다. 아이의 머릿속은 계기판이 1인용이라, 다섯 감정이 교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때로는 기쁨이 조종하고, 때로는 분노가 아이를 온전히 지배한다. (아이의 감정변화가 매우 급격하고 단순하다는 점에 착안한 듯하다)


 또한 각 사람마다 대장 노릇을 하는 감정이 다르다. 주인공은 기쁨이, 엄마는 슬픔이, 아빠는 분노가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아마 사람의 성격 '톤'을 말하려는 게 아닐까. 차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활동적이고 발랄한 사람이 있다.

 이야기는 한가지 주제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한마디로 요약할 수도 있다. '슬픔의 중요성'이다.


 우리는 언제나 기뻐할 수 없고, 기쁨은 우리를 즐겁고 신나게 할 뿐, 우리를 위무하지 못한다. 우리를 보다듬고 치유하는 것은 언제나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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