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중 Oct 22. 2017

악밖에 남지 않은 도시에서.

영화, 범죄 도시(The outlaws, 2017) 감상평

  평론가들은 점수를 짜게 주고 있지만, 나는 이 영화에 굉장한 호감이 있다. 영화 ‘범죄도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고, 영화가 끝난 뒤 굉장히 지쳤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액션 씬이다. 영화 ‘베를린’이 한국형 액션 영화에 도전하면서, 류승완 감독이 ‘고통스러워 보이는 액션’을 추구했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베를린’이 아니라 ‘범죄도시’가 감히 한국형 액션 영화를 완성했다고 말하고 싶다. 액션씬이 무척 실감 나고 고통스러워 보여서, 때리고 맞을 때마다 보는 내 손에 힘이 들어가고, 땀에 절었다. 작중 사용되는 무기나, 때리는 동작들이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어서 감정이입이 특히 쉬웠다. 단순히 때리고 찌르는 것이 아니다. 액션 시작 전의 긴장감을 최대한 살렸다가, 폭발적으로 피와 살을 튀기는 액션 구성이 관객들을 흥분시키다 못해 지치게 만든다.

  두 번째 장점은 배우다. 마동석과 윤계상이 단연 돋보이고, 그 주변을 신인 조연들이 빛낸다(리얼리티를 위해 일부러 신인을 뽑았다고). 마동석은 이 영화 자체를 지배하는데,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하고 까칠하나 내 사람에겐 따뜻하고 귀여운 마동석의 평소 이미지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너무 전형적이어서 놀랍지 않지만, 안정적이고 매력적이다.

  윤계상은 그동안 예술 영화, 마이너 한 영화를 주로 맡았는데,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악역을 보여주었다. 윤계상의 평소 장난기 어린 캐릭터가 순수하게 돌아버린 악역으로 잘 승화되었다.

  사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윤계상의 오른팔 역할을 한 진선규다. 진짜 중국 조폭을 데려온 줄 알았다. 빡빡머리에 삐쩍 마른 모습이 굶주린 늑대처럼 보였고, 살기 위해 남을 죽이다 보니 악밖에 안 남은 캐릭터를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수파 두목 역의 박지환(이센스 닮음)도 뭔가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라 기억에 많이 남았다.

  영화의 스토리는 적당히 복잡하면서, 적당한 서스펜스를 만들어 내어 이 영화에 매우 적합하다. 멜로 라인은 당연히 없고, 액션에 큰 힘을 실은 영화라는 점이 잘 드러나면서, 적당한 반전으로 지루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2004년을 배경으로 했는데 사소한 소품까지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동석보다 악당들에게 여운이 더 남는다. 예상했던 단계를 몇 번이나 뛰어넘는 그들의 광기는 매우 놀라우면서도, 그들의 인생역정이 결단코 쉽지 않았음을, 여기에 다다르기까지 어떤 아수라를 거쳤을지 짐작케 한다. 조선족이다 보니 외국인이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 그들은, 곱씹어 보면 결국 이주민이다. 영화가 조선족들을 잔인무도한 악당으로 그리는 것은 사실이나, 이 영화를 제대로 보았다면 오히려 악당들에게 감명을 받을 뿐, 이 영화 때문에 조선족 또는 이주민이 더 미워지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 완벽하게 선한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우주 만큼이나 우리 마음 속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