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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Mar 16. 2019

지난 5년간 가장 자주 들었던 노래(中)

멜론 어플의 '많이 들은 순'을 기준으로 9위부터 5위까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Melon)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하나 있다. 그중 '많이 들은 순'을 누르면 자주 재생했던 노래 순으로 곡이 정렬된다. 현재의 재생목록을 유지한 건 만 5년 정도. 즉, '많이 들은 순'으로 노래를 정렬하면, 지난 5년 간 가장 많이 들은 노래들이 순서대로 나온다는 뜻이다.

  그 길고도 내밀한 순위, 지난 글에 이어 9위부터 5위까지 공개한다. (해당 노래를 들으면서 읽으면 더 좋다)



9위. 마음, 아이유('15.5.18)

  또 아이유다. 어쩔 수 없다. 멜론 AI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필자 스스로도 아이유를 이 정도로 좋아하는지 몰랐다. 이 노래의 장점은 첫째로 가사이고, 둘째로 가사와 멜로디가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기타 리듬과 노래 첫마디의 '툭', '쿵', '축', '둥'의 가사가 잘 어울린다. -아이유는 한 음절 가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레옹'의 피빨강, 똑단발 등등...- 단어 선택에도 나름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세상 모든 게 죽고 새로 태어나 다시 늙어갈 때에도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이중 '감히'와 '주름'은 나름 힘주어 쓴 단어일 텐데, 어린 나이에 작사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나름 문학적이다. 하지만 멜로디 자체는 새롭지 않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기타 리듬. 계속 듣다 보면 Keren Ann의 Not Going Anywhere이 생각난다. 콘셉트가 비슷하달까. 

  그럼에도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은 이유는, 아이유의 음색과 가사 내용과 기타 리듬과 멜로디가 잘 어우러져서다. 사랑에 처음 빠진 소녀의 새싹 같은 마음. 거기에 스스로의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아이유의 음색에 잘 어울린다. 아마 아이유 스스로 만든 노래이기 때문에 더 잘 어울리는 것이리라. 잠자기 전에 듣기 좋은 점도 한몫했다. 아이유가 직접 작사, 작곡을 했는데, 공동 작곡과 공동 편곡자로 김제휘가 등록되어 있다. 맞다. 명곡 '밤 편지'를 작곡한 바로 그 김제휘다.



8위. 바램, 정준일 ('17.3.14)

  다시 정준일이다. 15위에 랭크된 '고백'은 2집이었고, 8위 '바램'은 3집이다.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떠올랐는데, 정준일의 노래에서 이소라가 생각나는 이유는 가사 한 음절 한 음절을 정성스럽게 부르는 그의 보컬 때문이다. 또한 사랑 앞에서 철저하게 약자인 화자話者의 마음을 절절히 읊는 그의 가사 때문이다. 정준일의 노래를 듣다 보면, '짝사랑' 혹은 '헤어진 사랑에 대한 미련'을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붙잡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절절하다. 

  처음엔 고요하게, 서서히 절정으로 치닫다가 '다시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저 한 번만 보고 싶어요. 난 이제 무엇도 기대하지 않아요.'부분이 가장 절절한 부분 되겠다. 사랑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그저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란 얼마나 슬픈 마음인가. 그런 슬픈 마음, 20대를 관통하면서 다들 한 번쯤 가져보았으리라 짐작한다. 찌질과 절절 사이를 오가는 가사는 그의 조심스러운 보컬과 애절한 멜로디로 청자聽者의 가슴에 닿는다.

  놀랍게도 또다시 정준일이 작사하고 작곡했다. 이처럼 작사도 잘하면서 작곡도 잘하고, 그에 맞춰 노래도 잘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SM 같은 대형 기획사에서) 작사도 여러 명, 작곡도 여러 명 나누어 노래 하나를 공장처럼 찍어내는 시대에, 싱어송라이터란 시대 흐름에 벗어나서 가내 수공업만 고집하는 장인과도 같다. 1인의 예술적 감각이 노래 전체를 좌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감동을 준다는 것은 예술이라고 평할 수밖에 없다. 15위부터 8위까지, 다시 보니 모두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의 노래다. 다시 한번 싱어송라이터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7위. 스며들었네, 루시드 폴 ('15.12.15)

  처음 등장한 가수, 루시드 폴이다. '스며들었네'는 그의 7집 '누군가를 위한'에 열 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노래다. 루시드 폴은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 공학박사 출신이라는 점, 유희열의 '안테나 뮤직' 소속 가수라는 점, 지금은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다지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노래 중에서는 그나마 '고등어'라는 노래가 유명하다. '고등어'는 우리가 아는 그 생선을 화자로 하는 가사인데, 내용이 무척 특이하면서 와 닿는 부분이 있으니 나중에 한번 들어보시길. 

  2015년에 이 앨범이 나온 뒤,  수록곡 전체를 참 많이도 들었더랬다. 루시드 폴의 노래를 한 번쯤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노래가 참 밋밋하다. 가사도 많지 않고, 특별한 단어를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잔잔한 노래를 듣고 또 듣다 보면, 이 노래 제목처럼 어느새 내 몸에 '스며'든다. 가사는 시처럼 짧고 반복되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작사와 작곡을 함께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노래답게, 가사와 노래가 무척 잘 어울린다. 루시드 폴 같은 경우는 특이하게 작사 먼저 하고, 가사에 맞춰 멜로디를 작곡한단다. 그러다 보니 가사가 멜로디에 더 잘 붙는 것 같기도.



6위. 사랑이 잘(With 오혁), 아이유 ('17.4.7.)

  ...... 또 아이유이긴 한데, 이번엔 오혁이 들어간 점을 중점적으로 봐주시라. (사실 밴드 '혁오'의 노래도 참 많이 들었는데, 아쉽게도 15위권에는 들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아이유의 노래라기보다 오혁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오혁이 노래를 더 잘했고, 곡 해석도 더 좋았다. 아니면 오혁이 그만큼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혁이 밴드 '혁오'에서 밴드 음악을 위주로 해서 그렇지, 발라드든 (이 노래처럼) R&B든 정말로 잘 소화한다-

  아이유와 오혁이 공동 작사하고 공동 작곡했다. 아마 가사 중 오혁 부분은 오혁이, 아이유 부분은 아이유가 작사한 듯한데, 각자의 연애경험(?)이 녹아든 듯 가사가 구체적이고 리얼하다. '널 보면 자꾸 네 안에 내가 보여서 이젠 내가 싫어'는 오래 사귀면서 권태와 짜증이 늘어난 커플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난 택시야 / 집에 거의 다 와가니 / 미안해 / 뭐 어떤 게 / 그냥 다 / 들어가 / 나 지갑 거기 두고 왔어.'라며 대화하는 부분은 아마 전화통화로 추측되는데, 지갑 이야기가 뜬금없는 것 같으면서도 리얼하다. 어딘가 인터뷰에서 오혁은 '지갑을 두고 왔다는 가사를 쓴 이유는 그만큼 남자가 평소에 여자를 답답하게 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는데, 상당히 섬세한 연출(?)이다. 답답하게 구는 남자와 불만이 많은 여자의 대화는 이야기처럼 이어지다가 '이제 더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라고 토해내듯 뱉는 여자의 대사(혹은 가사)로 절정에 이르고, '이제와 우리가 어떻게 다시 사랑 같은 걸 하겠어'라며 뚝 끝맺는다. 원래 이별은 그렇게 느닷없이 오고 그다음은 없다.



5위. 선을 그어 주던가, 1415 ('17.4.21)

  이름도 생소한 밴드 '1415'의 첫 번째 앨범, 'DEAR:X'의 타이틀곡이다. 순위를 꼽아보니 2017년도에 발매된 노래들이 특히 많은데, 이 노래 같은 경우 2018년도에 처음 듣기 시작했는데 5위에 랭크됐다. 그만큼 단기간에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가수에 대한 정보가 없다. 처음 딱 듣자마자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냥 계속 들었다. '1415'는 남자 2인으로 인디 밴드라는데, 이들의 다른 노래 '평범한 사랑을 하겠지만'도 참 좋다.

  가사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풋풋한 사랑을 그린다. -찾아보니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에 대한 답가라고 한다. 그래서 노래 첫마디가 "금요일인가, 네가 만나자 했던 날이" 다- 먼저 여자가 만나자 해서 무슨 일일까 설레 하면서 데이트를 준비하는 그. 같이 걸으면서 어떻게든 발을 맞추려, 손을 잡아보려 애쓴다. 가사의 백미는 '여기까지였던가, 거길 가도 될런가. 애매하기만 하다. 아예 선을 그어 주던가. 네가 나를 잡던가, 잡힐 손을 주던가. 오늘도 이렇게 너를 보낸다.'부분이다. 가만 듣다 보면 리듬이 발걸음 같기도 하고, 가사가 "여자와 함께 걸으면서 혼자 속앓이 하는 남자의 마음"을 박자감 있게 묘사해서 좋다. 

  가사의 운율과 리듬이 잘 맞아 살펴보니, 역시나 작사와 작곡이 일치했다. 1415의 보컬 주성근이 작사했고, 주성근과 기타 오지현이 공동 작곡, 편곡했다. 앞으로도 '1415'처럼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 밴드의 발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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