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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Mar 11. 2019

지난 5년간 가장 자주 들었던 노래 Top 15(上)

멜론 어플의 '많이 들은 순'을 기준으로 15위부터 10위까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Melon)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하나 있다. (PC에서도 되는지는 모르지만) 멜론 어플 재생목록의 순서를 변경할 수 있는데, '최근 담은 순', '아티스트 순', '곡 제목 순', '많이 들은 순' 등이다. 그중 '많이 들은 순'을 누르면 자주 재생했던 노래 순으로 곡이 정렬된다. 현재의 재생목록을 유지한 건 만 5년 정도. 터치 한 번으로 그동안 켜켜이 쌓이고 쌓인 곡들을 '많이 들은 순'으로 정렬할 때, 5년의 시간이 한눈에 보인다.

  그 길고도 내밀한 순위를, 생각난 김에 15위부터 써본다. 열다섯 곡을 한 꼭지에 몰아서 쓰려했으나, 쓰다 보니 길어져서 일단 10위까지만 공개한다. (해당 노래를 들으면서 읽으면 더 좋다)



15위. 고백, 정준일 ('14.1.16)

  밴드 메이트에서 키보드를 쳤던, 정준일의 2집 타이틀 곡이다. 20대 후반에 정준일의 노래를 참 많이 들었다. '남자 이소라'라고 불러도 될 만큼 서정적인 가사에 담담한 듯 구슬픈 음색까지. 여러 번 들어도 질리지 않고, 들어도 들어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 있다. 특이 곡이 절정에 이를 즈음, '네가 보고 싶다고 너무 보고 싶다고'라고 절절하고 지질하게 외치는 부분을 듣노라면, 이 사람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곡을 쓴 게 분명하구나 싶다. 찾아보니 역시나 정준일이 작사하고 작곡했다.

  정준일은 참 좋아하는 국내 발라더다. 유능한 싱어송 라이터이기도 하다. 자기가 만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확실히 노래에서 느껴지는 태도가 다르다. 윤종신과 불렀던 '말꼬리'에서부터 1집, 2집, 3집 모두 즐겨 들었다. 그중에서 이 노래를 닳도록 들었기 때문에, 15위에 랭크된 것이 아닌가 한다.



14위. 이름에게, 아이유 ('17.4.21)

  국내 여자 가수 중에서 아이유를 가장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유야 많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음악이 점점 변화하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들 수 있겠다. '이름에게'는 4집 pallete 수록곡인데, 4집 중에서도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다. 기승전결이 있는 노래 구성도 좋고, 아이유가 가진 보컬을 잘 뽑아낼 수 있는 노래라는 점도 좋다. 그래도 자주 들었던 이유를 꼽으라면, 가사에 담긴 의미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가사를 잘 들어보면 세월호 희생자가 생각난다. 그러면서도 과거를 슬퍼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마음에 든다.

  그런 거 보면 작사가 김이나가 가사를 참 잘 쓴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아이유와 김이나가 공동 작사했고, 작곡은 이종훈이다.



13위. 비밀의 화원, 아이유('17.9.22)

  또 아이유다. 14위와 비교해 보면, 둘 다 발매일이 2017년이다. 15위 고백이 2014년 곡임을 고려하면, '이름에게'와 '비밀의 화원' 모두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엄청 자주 들었다는 말이 된다. 이 노래가 나온 2017년 가을, 정말 많이 들었다. 원곡은 2003년 이상은이 불렀는데, 원곡도 참 좋아했다. 가사가 참 특이하지 않나. "점심을 함께 먹어야지, 새로 연 그 가게에서. 새 샴푸를 사러 가야지, 아침 하늘빛의 민트향이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작은 일상부터 바뀌기 마련이다. 오늘 뭘 먹을지, 어떤 생필품을 살지 사소한 고민에서부터 달라지는 나 자신을, 구체적이면서 상큼하게 표현한 가사다. 가사에 맞는 경쾌한 박자와 멜로디도 이 노래를 더 사랑스럽게 한다.

  이 노래를 고른 것, 이 노래를 좀 더 밝고 경쾌하게 해석한 것. 모두 아이유를 '영리'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런고로 이상은의 원곡보다 아이유의 리메이크 곡을 더 좋아하게 됐다. 전주의 기타 리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상은 작사, 이상은 작곡이다.



12위. 팔지 않아, 넉살 ('16. 2.4.)

  넉살의 첫 정규앨범, '작은 것들의 신'의 첫 번째 트랙이다. 이 앨범은 2016년에 나왔지만, 실제로는 2017년 초에 처음 듣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넉살이 코드 쿤스트와 함께 딩고 뮤직 라이브로 부른 '향수'를 듣고 그에게 반했다. 몸집 작은 래퍼가 파워풀한 랩을 하니 관심이 갔고, 그때는 키보드 치는 깡마른 남자가 코드 쿤스트라는 것도 몰랐다. 사실 넉살 노래 중에서 '향수'를 제일 좋아하고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중간에 노래가 지워졌는지) 정작 '팔지 않아'만 넉살 노래 중 유일하게 15위권에 들었다. 2017년 이후로 지금까지 넉살의 팬이어서 공연도 한번 갔고, 이 앨범 전체를 자주 들었다. '팔지 않아'도 이 앨범에서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난데, 말 그대로 나의 젊음과 자유를 너희 (자본가들에게) 팔지 않겠다는, 아주 클래식한 운동권이 할 법한 말을 하고 있다.

  그래도 그가 여기서 외치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는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갑甲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말라는, 힙합스러운 메시지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정작 누구도 팔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구해야지. 이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우린 우리 자신일 때 더욱 빛나'다. 작사는 넉살. 작곡은 Deepfry.



11위. 누구나 아는 비밀(with 아이유), 언니네 이발관 ('17.6.1)

  언니네 이발관은 노래보다 보컬 이석원의 수필집 '보통의 존재'를 통해 먼저 알았다. 군대에서 노란 표지의 수필집 '보통의 존재'를 읽고 많은 위안을 받았는데, 수필을 통해 그가 노래 부르는 사람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언니네 이발관' 보컬일 줄이야. 언니네 이발관의 5집 가장 보통의 존재(2008)를 가장 좋아하며, 앨범 전체를 듣고 또 들었다. 그런 언니네 이발관이 이 앨범, 6집을 끝으로 해체했다. 아이유는 언니네 이발관의 엄청난 팬이라고 했는데, 해체 직전 마지막 앨범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으니, '성덕(성공한 덕후)'에 오른 셈이다. 참 좋아하는 싱어송 라이터 밴드였는데, 해체해서 아쉽다.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유가 함께 불러서라는 아니다. 6집 노래 중 멜로디가 가장 좋았다. 듀엣 곡으로서 구성도 좋고, 서로 대화하듯 오고 가는 리듬도 좋다. 가사는 사랑에 대해 염세적인 남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냉소적인 것 같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가사가, 언니네 이발관의 정서를 대변한다. 가사들 중에서  '사랑이란 이 노래보다도 짧아. 그럴 때 자꾸 부르면 되지.'를 가장 좋아한다. 일시적인 것 같은 사랑의 열정을 영원으로 옮겨 가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다시 처음부터, 계속 하면 된다. 보컬 이석원이 작사했고, 이석원과 기타 이능룡이 작곡했다.



10위. 그리고, 남겨진 것들, 넬 NELL ('12.4.10)

  이 노래가 이렇게나 오래됐다니, 쓰면서 놀랐다. 그런데 지금 들어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없다. 넬 노래 중에서는 그들의 대표곡, '기억을 걷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 너무 옛날 노래다 보니(2008) 최근 5년 간 자주 들었던 노래에서는 제외된 것 같다.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가 참 좋다. 송재림과 이민기가 서로의 잘생긴 얼굴과 기럭지를 자랑하는데, 묘하게 느린 화면과 무음 처리된 대사들이 인상적이다. 입술만 벙긋거리는 대사들을 해석해놓은 블로그 페이지가 따로 있을 정도로, 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넬 특유의 궁상맞고 구질구질한 가사가 슬프면서도 한없이 늘어지는 현악기의 선율과 잘 어우러지면서, 무한 반복하여 재생하다 보면 끝없이 가라앉는 자신을 볼 수 있다. '기억을 걷는 시간'도 그렇지만, 노래가 슬프면서도 계속 들으면 우울의 바닥을 치고 다시 긍정의 수면 위로 올라오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노래다. 한없이 듣다 보면 이 노래 가사처럼 '처음엔 많이도 힘들었지'만, '흩어지는데 붙잡아 뭐해'라고 체념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기분. 넬의 보컬 김종완이 작사하고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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