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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Feb 25. 2019

왜 일기장에 날씨를 써야 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에 쓰던 일기장을 기억할 것이다. 방학 숙제였으나 방학 내내 놀다가 방학이 끝날 때쯤에 몰아서 쓰던, 그러나 날씨가 기억이 나질 않아 애먹었던 바로 그 일기장 말이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통해 과거 날씨 기록을 뒤져서 쓸 수 있지만, 옛날에는 기억에 의존하느라 참 애를 먹었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 초등학교 시절 일기 숙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일기장에는 날씨를 써야 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이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뒤져봐도 왜 일기장에 날씨를 기록하는 부분이 있는지 찾기 어려웠다. "일기(日記)"와 "일기(日氣)"가 서로 같은 한글이라 더욱 검색이 어렵다. "일기&날씨"로 검색하면 기상청 일기도가 나온다.

  보통 궁금한 것이 있으면 구글 또는 네이버가 속시원히 알려줬다. 그러나 검색엔진도 답을 주지 않으니, 나름 추측해보기로 했다. 과거의 일기日記는 어땠을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기라 하면 역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다. 과연 난중일기에는 매일의 날씨와 간지(!)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조선왕조 승정원에서 기록한 '승정원일기'도 매일의 날씨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밖에 조선시대에 양반들이 집필한 일기들도 날씨를 기록한 것들이 꽤 있었다(의병장 김광계가 기록한 매원일기 등).

  그렇다면 일기에 날씨를 적는 '관습'은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한반도의 유구한 전통인가? 그렇다면 서양의 일기는 어떨까? 생각나는 일기가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 소녀 안네 프랑크가 1942~1944년 작성한 안네의 일기다. 찾아보니 안네의 일기에는 날씨가 없다. 일기 내용 중에 날씨가 화창했다든가 날씨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우리 일기처럼 몇 월 며칠 날씨 어땠음, 이렇게 형식적이고 의무적으로 기록하지는 않았다. 같은 시기에 나치 독일의 수상 괴벨스가 쓴 일기에도 날씨는 없었다.

  일기에 매일의 날씨를 기록하는 것이 동양권의 문화라고 한다면, 아마도 동아시아 사회가 '농경문화'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농경사회에서 날씨를 살피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였다. 세종대왕이 측우기를 만들고 천문을 살핀 것도, 동아시아의 수많은 군주들이 기우제를 지낸 것도 민생, 농사를 위해서였다.

  농경시대의 일기에 날씨를 적은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왜 현대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일기장에 날씨를 적어야 할까? 이것도 추측을 하자면 '교육적인 이유'가 아닐까 한다. 결국 일기 쓰는 것도 교육을 위한 것이고, 매일의 날씨를 살피는 것은 여러 가지로 정서함양에 좋으니까. 자연을 살피고 관찰하는 것이 감수성 함양에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의 추측일 뿐, 여전히 진짜 원인은 찾아낼 수 없었다. 궁금하다. 왜 (초등학교) 일기장에는 날씨를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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