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나 객관적인 세상에서 산다.
그래서 나 자신을 주관적으로 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세상은 명확한 수치로 우리를 측정하고, 때로 놀랄 만큼 정확하다.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너는 여기까지”라고 선고받는다.
그래서 나를 착각하는 누군가, 내가 속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세상은 날카롭고 각지고 모난 것들이 서로를 들쑤신다. 각도기와 삼각자 같은 얇고 서슬 퍼런 것들. 그곳에서 물렁한 살뿐인 나는 베이고, 짖지이고, 부대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고. 말랑하며 포근한 나만의 사람이, 그 사람과 이루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인이, 가족이, 가정이 필요하다.
나를 오해해 줄 누군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나를 재지 않을 누군가와, 뭉근하게 뒤엉켜 잠이 들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