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이 되면, 불행을 맞을 준비를 한다. 이른바 애도의 시간이다. 다가오는 월요일 아침에는 노동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을 기꺼워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애도의 시간은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어른이라면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일요일 오후가 되면서부터 기분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한다. 그럴 때면 조용히 침잠하여,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하루, 글을 읽고 책을 쓰는데 그게 일요일 저녁이다. 게임을 해도 재미가 없고, TV를 보아도 속절없이 가는 시간에 초조하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책을 들었는데, 고요하고 차분하게 월요일을 맞을 수 있었다. 왜일까, 평소에 관심도 없던 책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학창 시절 시험기간에 ”MBC 백분토론”이 그렇게 재밌었는데. 그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일요일 저녁에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고, 자기 전에 SNS에 글 한편 쓰는 것이 월요일을 맞는 의식이 되었다. 반신욕은 한주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면서, 피를 돌게 만들어 집중력 있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어느 정도 책을 읽었다 싶으면 욕조에서 나와, 몸을 씻으며 다시 한 번 지나간 주말을 애도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항상 주말만 되면 욕조에 물을 받아 때를 밀고 목욕을 하셨다. 어린 나는 그것이 귀찮고 번거로워 부모님이 화를 내는 지경까지 가서야 욕실에 들어갔었다. 이제는 결혼하여 따로 사는 내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걸 따라 하고 있다. 부모님도 출근하기 싫으셨을까. 몸을 씻으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