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6 누가 알아 내 재능이 움집 짓는 걸 수도 있지
남들은 이걸 나만큼 안 한다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게 내 재능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엔 그게 꾸준함인 것 같다.
매주 주간일기를 쓰고 있는 블로그나 5개월 과정 학원 출석률 100프로 같은 것들.
처음이었지만, 2025년엔 다이어리도 1년을 꽉 채웠다.
얼마 전까지 나는 가진 재능이 없는 줄 알았다.
공부는 그럭저럭. 요리엔 흥미 없음.
미술은 손이 너무 느려서 무리였고, 음악이나 운동은 아예 꽝이었다.
그렇다고 성실하거나 끼가 있거나 사교성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블로그에 주간 일기를 쓴 지는 올해로 6년 차다.
중간에 빠진 기간도 있지만, 2022년 7월부터 지금까지는 한 주도 빠짐없이 쓰고 있다.
내 블로그를 알고 있는 친구들은 대단하다며 감탄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부지런하다며 놀란다.
그럴 때면 왜인지 민망한 기분이 든다.
나는 내가 부지런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그래서 문득, 어쩌면 이게 내 재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이름을 굳이 정의하자면 꾸준함 정도가 될까.
사실은 내 풀에 지쳐 도중에 포기하고 외면한 시도가 많지만.
내가 아닌 사람들이 내게 매달아 준 별명 같은 칭찬이 내게 불을 지폈으니,
그 칭찬을 재능으로, 그리고 일상으로 만드는 건 이제 나의 역할이었다.
누구에게나 재능이 있다.
다만 현시대에 드러날 일이 없는 재능이라면 발견할 수 없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 재능이 수렵이나 채집, 혹은 움집 짓기... 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때부터는 내 재능이 우연히 발견되길 기다릴 게 아니라,
내가 재능을 만들고 내가 재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만든 나의 재능이다.
꾸준함이라는 재능.
시작은 타인의 칭찬이었으나 이걸 재능으로 삼기로 한 건 나 자신이므로.
여전히 감이 안 온다면 이런 것도 있다.
핸드폰 액정 필름 정확한 위치에 기포 없이 부착하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잠들어도 내릴 곳에서 귀신같이 일어나기,
동그라미 완벽하게 그리기,
거품과 액체 비율이 적당하게 맥주 따르기
같은 것들.
나는 올해를 스스로 그런 소소한 재능을 발견하는 한 해로 정했다.
나의 재능뿐만 아니라 타인의 재능까지.
그들이 나의 꾸준함을 발견해 주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