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2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대
대개 어린 시절의 장래희망이란 '유명한가', '멋져 보이는가'와 같은 단순한 기준에 의해 정해지곤 한다.
그렇기에 선생님은 물론 그들의 부모님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도 10살까진 간호사나 경찰, 과학자처럼 미디어에서 자주 접하고,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써내곤 했다.
어릴 때 그 모든 직업은 내게 꿈이 아닌 장래희망이었다.
그러다 11살, 처음 가지게 된 작가라는 '꿈'은 고1 때까지 관심 진로 1순위에 적혔다.
중학생 때였나.
할머니가 물었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난 당당하게 '작가'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내게 꼭 맞는 옷을 짜주시듯, 나와 어울린다고 말해 준 직업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의 대답은 더더욱 예상 밖이었다.
작가는 배고픈 직업인데.
그날 나는 처음으로 모순된 사랑을 체감했다.
내가 작가가 되면 잘하겠다는 자랑스러운 말도, 작가는 배고픈 직업이란 걱정 어린 말도 분명 사랑이었을 것이다.
어느 한쪽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건 나였지.
그때부터 줄곧 헤매는 삶을 살았다.
어엿한 직업을 가진 지금까지도 그렇다.
어쩌면 할머니의 그 모순된 사랑이 모순 투성이인 내 삶을 예감했던 것만 같다.
게으른 야망가, 선한 이기주의자, 이과 출신 디자이너.
이런 모순 말이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는데.
작가라는 명사만 좇은 탓에 여태 모순 속을 헤매고 있나 보다.
동사인 꿈을 가져 본 일이 없다.
그래서 나의 꿈은 여전히 작가다.
아직 정식 작가가 되지 않았을뿐더러, 명사인 꿈을 먼저 이뤄야만 동사인 꿈이 생길 것 같아서다.
작가라는 명사의 꿈을 이루기 위한 행위는 동사라는 점도 모순 투성이인 내게 딱 맞다.
그래도 이렇게, 한 페이지짜리 글이라도 쓰다 보면 열 페이지가 되고 한 권의 책이 되지 않을까.
지금 이 한 페이지짜리 글을 마치고 나면 책을 한 권 읽을 생각이다.
온전한 작가로서 내 책을 쓰고 싶다, 언젠가 이 문장이 내게 동사인 꿈이 되어 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