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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피차 Nov 10. 2021

영 앤 파워풀 피메일 리더 (스우파)

29. 예능 특집: 스트릿 우먼 파이터

팟캐스트 "소덕소덕 : 소심한 덕후들의 소소한 덕질라이프" 의 대본입니다.




오랫만에 다시 예능 특집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제가 준비한 예능은 방송이 나갈 시점엔 파이널까지 끝났을 텐데요, 바로 이슈 오브 이슈였던 엠넷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입니다.


프로그램 설명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릿 댄스 크루를 찾기 위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잔혹한 스트릿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성 댄서들의 자존심을 건 생존 경쟁이 시작된다!


사실 까보면 엠넷 스스로가 이 기준을 깨뜨리는 것부터 시작되긴 하지만 또 서바이벌 리얼리티 예능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밝히자면 저는 에스엠 아이돌들을 좋아해왔고 라치카 팀을 좋아해서 팔로업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들과 아이돌팬들이 얼마나 댄서/안무가 씬을 알고 있고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더 나아가 좋아하는 데에까지 갈 지 궁금했습니다. 결과는 예상을 훨씬 넘다못해 폭발적이었습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었던 현대무용가 위주의 <댄싱나인(2013~2015)>이나 가수+안무가 조합의 <힛 더 스테이지(2016)>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요. 아마 이 인기의 기폭제는 '헤이마마' 안무인 것 같은데요, 틱톡을 통해 누구나 쉽게 안무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배경 덕분이기도 합니다. 또 유튜브처럼 각잡고 잘해야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어설프고 웃긴 영상이 더 인기있을 수도 있는 숏폼의 특징을 타고 퍼진 것이기도 합니다. 잘추면 잘추는 대로 못추면 못추는 대로 즐기는 시대가 온거죠. 그런 시대에 또다시 탈락포맷을 가지고 온 엠넷의 폭력성은 뒤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합시다.

우선 이 프로그램의 경쟁방식은 스트릿댄스의 '배틀'을 빌려옵니다. 일대일이나 단체로 정해진 시간동안 각자 혹은 동시에 춤을 겨루어 '저지'의 판단을 받습니다. (원래는 같은 음악으로 하고 터치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제이블랙 유튜브 참고) 출연진 자체도 사실 완전 스트릿 댄서가 아닌 방송안무가/댄서가 다수 포함되어 있음에도 화제성을 끌고자 한건지 에스엠 안무가와 아이돌을 저지로 내세웠습니다. 태용은 2016년에 데뷔한 NCT 멤버이고 황상훈은 SM소속 퍼포먼스 디렉터로 주로 샤이니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덧붙이자면 황상훈은 2002년에 갑자기 등장했다 사라진 그룹 '블랙비트' 출신인데요, 같은 멤버였던 심재원 역시 퍼포먼스 디렉터로 지금까지 SM에서 일하고 있고, 장진영은 보컬트레이너로 있다가 따로 회사를 만든 것 같습니다. 보아는 가수로서의 이력은 아마 다 아실거고 아마 <케이팝스타>나 <프로듀스>에서도 보여줬던 멘토같은 모습을 기대하고 캐스팅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황상훈씨의 코멘트가 궁금했는데 편집된건지 방송에 잘 안나왔고 그것마져도 점수와 너무 달라 믿음직하지 못하달까요. 보아씨가 없었다면 그나마도 영양가있는 코멘트를 들을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스트릿 댄서나 전문 안무가의 의견이 궁금했던 분들에게는 이것마져도 많이 아쉬웠을 겁니다. <프로듀스> 시리즈 안무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배윤정씨가 코멘트한 유튜브 영상이 있는데 안무가 씬의 역사를 간략하게 언급해기 때문에 더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참, <프로듀스>2 출신의 강다니엘이 사회를 보는데 스트릿 댄스로 있었던 이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간에 멘트를 던지는 장면이 꽤 자연스러운데요, 어쨌든 엠넷의 아들딸로 꽉꽉 채워진 프로그램같습니다.


출연진 설명(스포일러)


엠넷은 라치카, 와이지엑스, 원트, 웨이비, 코카앤버터, 프라우드먼, 홀리뱅, 훅 등 8팀을 섭외했는데 사실상 엠넷의 딸 아이즈원 소속이었던 아이돌 '채연'을 포함한 '원트'팀은 어그로를 위해 만들어진 팀이고 '웨이비' 역시 다른 크루 리더들과 비교하여 이력은 없고 화제성이 큰 '노제'가 리더인 두 팀이 초반에 탈락하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팀이 방송을 위해 멤버를 추가적으로 영입하긴 했고 훅의 경우 '아이키'의 학생들 즉 쥬니어 급의 멤버로 채워져있어 또 특이한 점이긴 합니다. 그 외의 5팀은 적어도 리더와 서브리더가 주축이 되어 댄서팀이나 안무가로 이력이 많은 팀입니다. '원트'의 리더는 천만 구독자 채널 원밀리언 소속 '효진초이'라서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는데요 계속 편집당하다가 마지막 배틀에서 불살르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입니다. 로잘린은 에스파 '넥스트 레벨'의 안무가로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고 심재원이 주축으로 있는 '타파하' 소속입니다. '웨이비'의 리더 '로제'는 카이 '음'의 댄서로 유명해졌고 최근 키 '배드러브'에서 원트 엠마와 함께 댄서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안무가로서의 이력은 없는 것 같은데요 '헤이마마' 안무라는 명작을 남기고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라치카'는 댄싱나인에도 출연했던 안무가 '리안'이 주축이 되어 주로 청하의 안무를 맡아오다가 가비, 시미즈와 함께 팀을 만들었고 가비가 리더가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안'의 춤도 많이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멘트가 적으로 분량이 적어 아쉬웠습니다. 최근 '라치카'는 보아 '베러'의 안무가나 샤이니 댄서로서의 활동 등 SM과의 협업이 많아서 저지의 편애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탈락배틀을 두 번이나 할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 '와이지엑스'는 이름처럼 YG 소속 댄스팀인데 더 정확히는 YGX 산하의 NWX 팀이라고 합니다. 리더 리정은 국제댄스대회 주황색도복 영상으로 유명한 '저스트절크'에서 한동안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댄서였고 최근 트와이스 안무와 있지 안무 등에 참여했습니다. '예리'는 브레이킹팀 '갬블러크루'의 유일한 비걸이고 2018 청소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코카앤버터'는 원래 홀리뱅의 '허니제이'와 같은 팀이었다가 갈라져 나온 '리헤이'와 '제트썬'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팀입니다.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는 주로 AOMG의 힙합아티스트들의 안무를 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방송안무를 많이 한 게 아니라서 정보가 별로 없지만 어려워보이는 음악에 맞추어 힙합을 추는 홀리뱅은 이번에 가장 많은 팬을 만든 팀입니다.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하면서도 가장 좋고 새로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팀입니다.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는 댄스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을 정도로 출연자 중에서는 제일 연장자 겸 시니어 급 댄서이며 주로 힙합아티스트의 안무를 담당했습니다. '립제이'와 함께 OFD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고 다른 멤버들도 여기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으로 따지면 제일 많은 팬을 만든 사람은 한쪽에서는 '노제', 한쪽에서는 '모니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댄서로서의 고집과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댄서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의지가 되면서 '모니카쌤'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훅'은 유머러스한 안무에 강점이 있는 팀으로서 '아이키'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키'는 해외 댄스경연프로에서 1위한 이력과 '환불원정대' 안무를 맡은 것과 틱톡 등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아마 가장 컨템포러리한 춤을 추는 팀이 아닐까싶습니다.


엠넷의 '악편' 언제까지?   

어그로성 저지 선정

엠넷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 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스트릿댄서이거나 여러 아티스트.기획사와 협업을 해보거나 여자이거나 연차가 많거나의 기준을 거의 무시하는 저지들을 선정했고 그나마 보아가 얼마간을 충족할뿐입니다. 세명 모두 에스엠인 것은 경제적 거래가 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너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렇더라도 코멘트를 잘했으면 방송안무가 익숙한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쉬웠을텐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약자지목배틀(채연)과 탈락제도

<언프리티 랩스타(2015~2016)> 때와 비슷하게 배틀 상대를 지목하는 장면이 첫화부터 나왔는데요, 더 문제인 것 같은게 모두가 한거번에 할 수 있게 되면서 유일한 아이돌인 채연에게 표가 몰렸고 계속 배틀에 지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어느정도는 예상도 됐고 과장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 입장에서도 너무 괴로웠고 이 고통때문에 <프로듀스>시리즈가 인기있었던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런 폭력을 그만두라고 얼마나 말해야 멈춰질까요.   

어그로용 팀

위의 내용과 비슷한 내용인데요, 아예 어그로용 멤버 뿐만 아니라 팀 자체를 만들어 버린 겁니다. 어쩌면 아이돌 한명을 넣어야겠다는 부분부터 이 계획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이상한 점은 가장 유명한 안무스튜디오인 원밀리언에서 ‘효진초이’ 한명만 나온 것입니다.


영 앤 파워풀 피메일 리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훌륭한 기량을 보여준 출연진 댄서들 특히 리더들의 리더십에 대해 많이 얘기가 되어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자 안무가와 남자댄서 위주로 주목을 받았어서 이런 변화가 반갑기도 하고 비교적 어린 리더와 댄서들이 이런 스트레스를 잘 견딜 수 있을까 싶긴 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새로운 세대다 싶기도 하고 이미 많은 팀작업들을 했기 때문에 훨씬 어른스러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대중들이 여성댄서의 화려한 부분과도 더불어 강력한 리더십이 보여져서 너무 좋은 기회였긴 했습니다. 할말은 하는 ‘모니카’, 한참 어린 멤버를 잘 다독이는 ‘아이키’,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협상의 귀재 ‘가비’, 억지로 만들어진 팀도 잘 꾸려나간 ‘효진초이’ 등등… 보통 롤모델이라고 하면 40~50대의 전문직을 떠올리는데 젊은 층과 더 가까운 20~30대의 연예계 리더의 위기돌파능력, 멤버십형성유지 등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의 영향력이 클 어린 친구들에게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어쩌면 부러운 생각도 듭니다.


나이먹고 보니 이미 짜여진 게 많은 프로라고 보이는데 다른 분들도 우위를 따지기보다는 어떤 사람의 춤에서 이런 점이 좋다 라는 식으로 감상, 향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어떤 업계라도 무대 뒤의 사람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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