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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계피차 Sep 05. 2019

자신을노래한가수들(2)
전소연(여자아이들)<Uh-Oh>

"넌 번쩍거린 것만 찾느라 여길 번쩍 들어 올릴 난 못 찾았어"

랩하는 걸그룹 연습생

데뷔 13개월만에 자작곡인 4개의 타이틀을 모두 차트인 시키고 그 해 신인상을 휩쓴 걸그룹이 있다. 바로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여자)아이들, 그 중 리더 겸 메인래퍼를 맡고 있는 전소연이다. 전소연은 1998년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춤과 랩, 작사작곡을 익히면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2016년 프로듀스101에 참가하여 A등급과 상위권을 유지하여 최종까지 살아남았지만 데뷔조에는 들지 못했다. 랩과 춤 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 불렀기에 능력상으로는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었지만 ‘걸’‘그룹’인데다가 서바이벌이었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악플을 많이 받았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랩스타’가 진행되고 있었고 당시에 이미 언프 출연이 결정된 것 같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았을 때 굳이 프듀까지 내보내서 상처받을 상황을 만들었어야 했나 싶다.

그 다음해에는 언프리티 랩스타3에 참가하여 자신의 실력을 한껏 내보였다. 전소연에게는 아이돌 연습생, 프로듀스 출연과 외모 악플, 어린 나이 등으로 디스 공격을 당할 게 뻔했으나 실력으로 압도해 버렸고 10명의 출연자와 겨루어 준결승까지 진출하였다.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임에도 무대를 가지고 노는 실력과 매력을 보여주었고 같이 출연한 여성래퍼들 역시 어린 나이에도 멋있으면서 동시에 귀엽다는 코멘트를 많이 했다. 인터뷰 등을 통해 본인이 말하기도 했지만 여성래퍼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들이 도움이 되는 동시에 즐거운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걸그룹에서 래퍼가 주목받는 포지션은 아니기도 하고 특히 송라이터나 프로듀서 등의 역할도 쉽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동료들의 존재는 큰 위로가 된다.

웃어 (Feat. 다비(DAVII)) _ 전소연

작사: 전소연, 다비(DAVII) / 작곡: 다비(DAVII) / 편곡: 다비(DAVII)

...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거 같아

너가 하고픈 거 다 잘하고 있잖아

이제는 별명조차 알파고가 됐어

그니까 굳이 대학도 안가도 될 거 같아

...

다 나를 위한 거라고 쉬다 갈 시간 없다고

책에서 봤는데 성공은 다 외로운 거라고

이렇게 말해 놓고 사실 어려서

수학여행 가는 친구들 모습은 좀 부러웠어

그래도 나만 어른이 된 거 같기도 했어

또 이렇게 철없이

여자지만 래퍼니까 동정 따위 또 얻기 싫어

내가 먼저 못생겼다 하는 멍청이

...

아이돌 겸 프로듀서

그룹 데뷔를 앞두고 솔로 싱글 2곡을 냈는데 첫 번째는 Jelly, 두 번째는 아이들 쏭이다. 이 때 발랄한 모습으로 나온 것과는 달리 (여자)아이들의 데뷔곡 <LATATA>는 어른스러운 컨셉이었다. 라타타는 블라인드 테스트롤 통해 선정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I am> 앨범은 수록곡 1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소연이 작사/작곡에 참여하였다. 이후의 타이틀 곡 <한(一)>, <Senorita>, <Uh-Oh> 역시 작사는 전소연이 전담하였고 작곡/편곡에도 참여하였다.

장르가 트렌디하면서도 그렇게 익숙한 스타일은 아닌데 이러한 차이점은 멤버 보컬 톤에 맞춘 전소연의 프로듀싱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전소연이 가이드 버전을 만들 때 멤버들의 스타일을 고려해서 녹음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덕분인지 (여자)아이들 중 외국인 멤버 민니와 우기의 낮으면서도 독특한 음색이 라타타 공개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소연이 만들고 싶어하는 앨범

같은 소속사 걸그룹 CLC의 타이틀 곡 <No>도 작업했는데 당시 적잖이 이슈가 되었다. 바로 가사 때문인데 내용 자체는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소위 탈코르셋을 이야기 하면서 정작 무대는 풀메이크업과 하이힐을 착용하여 기만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맞는 말이고 적어도 뮤직비디오에서는 어느 정도 가사와 일관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오히려 그 다음에 나온 <미(美)>는 카고팬츠에 워커로 스타일링했는데 생각만큼 이슈가 되지 않았다. 많이 아쉬운 부분.) 허술한 마케팅에 김이 빠지긴 했지만 여자아이돌이 이런 노래를 만들고 불러 이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도 있겠다. 아니면 이 노래를 듣고 무서워(?) 할 남성(팬)들을 생각해보거나...

No _ CLC

작사: 소연((여자)아이들), 예은(CLC) / 작곡: 소연((여자)아이들), 쥰 / 편곡: 쥰, 소연((여자)아이들)

...

날 걱정하는 척 날 가르치는 너 그만해도 돼 입만 아프니까

좀 차가운 이 말투 잘 어울리는 걸 난 너를 위해 바꾸지 않지

난 빛이 나 빛이 나 빛이 나 다 이리 와 여길 봐 나를 봐

또 신이 나 신이 나 신이 나 난 예쁘다 멋지다 미친 나

...

I love me I like it 내게 제일 어울릴 Lipstick

I love me walk like me 하고 싶음 해봐

Red lip NO Earrings NO

High heels NO Handbag NO

...

이즈음에 (여자)아이들은 <세뇨리타>로 활동했으며 앨범명은 <I made>로 역시 전소연이 전곡에 참여했다. 본인들이 제작하는 시리즈 앨범을 내는 아이돌은 얼마나 있을까. (사실 멤버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소속사 마케팅의 문제이다.) 그 다음 타이틀 곡인 <Uh-Oh>는 전소연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Uh-Oh _ (여자)아이들

작사: 소연((여자)아이들) /작곡: 소연((여자)아이들), 쥰, MooF(153/Joombas) / 편곡: 쥰, MooF(153/Joombas)

...

맴돌거나 말 걸거나 박쥐 같은 Follower 내 성공을 점쳤다는 Liar

어이없어 친한 척 말고 꺼져 널 위한 가식 따윈 기대 말아

엉망진창 Only see now 몰랐지 오리 속 Swan

황홀한 케이크 위 Blow out 내 머리 위에 Crown

Yo 말했지 이곳의 보석은 나야 투자해 어서

넌 번쩍거린 것만 찾느라 여길 번쩍 들어 올릴 난 못 찾았어

...

<Uh-Oh>는 “처음엔 관심 없다가 뒤늦게 와서 친한 척하는 사람들을 재치 있게 디스하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전소연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은 프로듀스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자신의 그룹을 히트시킨 가수 겸 송라이터 겸 프로듀스가 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지 않을까? 그리고 굳이 이 서사를 모르더라도 재치있는 비유와 통쾌한 가사를 즐길 수 있다. 노래를 부르는 멤버들도 속이 시원하다고 할 정도니까.

사실 이 노래의 청자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실력이 아니라 외모로 혹은 선입견으로 평가해댔던 대중들이다. “Follower / Liar”, “Only see now / 오리 속 Swan”, “넌 번쩍거린 것만 찾느라 여길 번쩍 들어 올릴 난 못 찾았어”와 같은 라임과 비꼼은 깔끔하고 시원하다. 그룹 속에 래퍼들은 보통 중간에 한 번 나오기 마련이지만 전소연은 노래의 처음부터 등장하고 킬링파트를 담당한다. 100명의 여자연습생 중 수 많은 탈락자에 불과했던 이 키 작은 아이는 또 한번의 탈락을 거쳤지만 결국 성공한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여자)아이들 곡이라 그나마 자제해서 썼다는 <Uh-Oh>

이 서사는 청하에게도 적용되는데 아이오아이로 데뷔하긴 했지만 그 안에서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고 불안한 가운데 솔로로 (재)데뷔했는데 이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음원강자가 되었다. 이런 보석들을 찾지 못한 채 순위를 매기고 평가하고 상처주고 재능과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위험을 계속 떠안아야 할까. 10명의 (일시적인) 성공자를 위해 계속해서 90명의 실패자를 만드는 일을 케이팝 업계는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