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일주일 살아보기

11 어머니와 함께

by 은하

폭싹 속았수다 - 매우 수고하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한낮에 집에 있을 때는 그동안 못 보았던 드라마를 같이 보았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보기 힘들다던 <폭싹 속았수다>를 큰 맘을 먹고 보았다. 원래부터 눈물이 많은 나는 도저히 혼자 볼 자신이 없었다. 예전 제주도가 배경이었고 주인공들이 억척스럽게 살면서 자식들을 키워내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였다. 젊은 나이에 물질을 하다가 숨병이 나서 죽은 어머니가 나올 때, 그 자식이 이 집 저 집을 떠돌다가 본인이 살 곳이 없다고 억지 시집을 가려할 때, 짝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에게 팔려가듯 시집가는 모습을 보는 남자 주인공이 오열할 때, 폭풍우에 어린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을 때 모든 장면마다 슬퍼서 울었다. 내가 울 때 고개를 돌리면 어머니도 같이 울고 계셨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에게 휴지를 갖다 나르느라 바빴다. 제주의 4계절이 다양하듯 여러 부모와 자식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자식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내가 지극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도 나는 내 자식만 바라보는 게 부모인 듯했다.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어머니께서 한참을 보시다가 한 말씀하셨다.

"참 신기하지? 나도 그렇더라." 하시면서 이야기해 주셨다.

내가 아기 때 밤 12시면 깨서 잠을 잘 안 잤는데 외할머니께서 "야는 왜 이리 잠을 안 자노, 엄마 힘들게." 이 한마디를 하시면 그렇게 서운하셨다는 것이다. 외할머니께서는 점잖았던 분이시라 분명 말투도 조곤조곤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들어도 엄마가 고생한다는 말투로, 딸 걱정으로 한 말이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들었을 땐 그렇게 싫었다고 한다. 내 아이에게 하는 그 어떤 말도 거슬렸던 모양이셨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나는 어머니께서 유산을 몇 번 하고 얻은 귀한 딸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리사랑이 아니었다. 딸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할머니를 힘들게 하면 내 자식이라도 미웠다. 어릴 때 쌍둥이를 봐주실 때 어머니를 힘들게 하면서 안 자는 아이들이 이쁘게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좀 아이들에게 엄격하게 교육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께 버릇없이 행동하는 것만큼 싫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나는 울면서, 가끔 웃으면서 드라마를 다 보았다. 눈이 다 부었고 코를 하도 풀어서 코맹맹이 소리도 났다. 나도 우리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다. 귀하고 귀하게, 어렵고 어렵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폭싹 속았수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