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생활의 즐거움

다시 사진을 찍어보다

by 은하

포항에 시집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었던 나는 거의 집에서만 지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처음으로 모임이 생겼다. 둘째 아이의 같은 반 엄마들의 모임이다. 첫째 아이 반 엄마들의 모임도 했었는데 그 모임은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모임은 지속이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둘째 아이 반 모임도 학기 초에는 많은 인원이 있었는데 사람이 점점 빠지고 남은 9명이 정기적인 모임을 한다. 그중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K와 공통점이 많아 친하게 지낸다.


4살 아래 동생인 K도 친정이 대구이고 두 아들을 둔 엄마이다. 어릴 때 결혼해서 아는 사람 없는 포항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운전도 잘하고 길도 잘 알았다. K가 집에만 있는 나를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었다. 바닷가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하자고 불러내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도서관도 자주 갔다. 나도 좋은 경치에 커피 마시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같이 다니며 기분전환 할 수 있었다. K는 특히 경주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덕분에 나도 경주 관광을 분에 넘치게 할 수 있었다.


얼마 전 경주의 새로운 카페가 가보고 싶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늘 그렇듯이 흔쾌히 같이 갔다. 그 카페에는 넓은 공간에 다양한 꽃을 심어놓았다. 봄이 되어 피어난 각종 꽃들이 자신의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꽃들이 너무 예쁘게 보여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꽃 사진을 종류별로 찍었다. 그냥 내가 두고 볼 사진이라 정성 들이지 않고 무심히 찍었다. 내 속을 모르는 K는 열심히 사진을 찍는 나를 보면서 이곳에 잘 데리고 온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언니, 꽃 사진 정말 잘 찍네요? 정말 이뻐요." 했다. 그냥 하는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순간 내 심장은 두근 했다.


휴대폰으로 대학 때부터 사람들 사진을 많이 찍었었다.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 화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에게 본인을 예쁘게 찍어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사진이 좋았고 그런 마음으로 찍은 사진들이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나의 취미생활은 주변 사람들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는 아이들 사진을 찍었지만 우리 집 남자아이들은 사진에 대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진에 대한 열정이 점점 식었던 것 같다. 그런데 K의 칭찬 한마디가 잠자던 열정을 깨웠다. 너무 고마웠다.

그 후 길에 보이는 흔한 꽃이라도 사진을 찍었고 공원에 갈 때는 조경으로 심어놓은 꽃 사진도 찍었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처음 보는 야생꽃들도 참 많았다. 꽃 사진을 남기고 이름도 알아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평범한 길가의 꽃도 나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길. 뜨거운 햇볕아래 나가기 싫어하던 마음도 이 취미로 인해 사라졌다. 혹시 내가 가고 있는 이 길 끝에 반가운 꽃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며 더 걸었다. 이제는 나에게 길을 걷는 것은 힘듦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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