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글쓰기 수업 5

나의 인생을 잘 살펴보게 되는 시간

by 은하

오늘 글쓰기의 주제는 '행복'이었다. 살면서 행복하다고 느낀 날은 많지 않다. 대학에 합격한 날은 '안도(어떤 일이 잘 진행되어 마음을 놓음)'의 느낌이었고 남자친구와 사귀기로 한 날은 '기쁨(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나 느낌)'이었다. 결혼식 때는 주례 없는 결혼식을 계획하여 진행을 신경 쓰느라 '정신없음'이었다. 임신한 것을 알았을 때는 한 집안에 시집가서 당연히 해야 하는 '며느리로서의 도리'의 느낌이 컸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에는 예정일보다 빨리 태어난 것에 대한 '걱정스러움'의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생각나는 내 인생의 행복한 순간은 프러포즈받은 날이다. 그런데 이 주제로 글을 쓰고 공개할 생각을 하니 너무 부끄러워 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된 행복을 쓸 수도 없었다. 집에 와서 소중한 이 감정을 한번 더 떠올려보고 글을 써 보자라고 용기 내 보았다.



글쓰기 주제 : 행복

행복했던 순간 찾기


프러포즈받은 날


남편과는 10년을 사귀고 결혼을 했다. 만난 날이 길어 상견례를 거의 결혼식 1년 전에 했다. 결혼식 날짜도 거의 그쯤에 나와서 예식장을 일찍 계약하고 신혼여행도 계획하고 있었다. 계획형이었던 나는 거의 내가 다 주도하에 일정을 짜왔는데 다른 한 집과 합쳐지니 그것이 어려워졌다. 결혼도 따뜻할 때 하고 싶었지만 시댁에서는 농사철에 결혼하면 바쁘고 손님도 못 오신다고 제일 한가한 겨울에 해야 한다 하셨다.

겨울에 결혼하면 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던 신혼여행지인 산토리니를 못 간다. 비수기라서 거의 모든 가게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생 이렇게 긴 휴가는 한번뿐이고 왠지 지금 못 가면 평생을 못 갈 것 같았다. 서러움의 눈물이 났다. 신혼여행 기간도 길게 하지 못했다. 꼭 친정에서 하루 보내고 이바지음식을 들고 시댁에 가야 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갈 곳은 동남아 뿐이었다. 난 덥고 습한 기후를 싫어한다. 신혼여행 자체를 가고 싶지 않았다. 결혼은 이런 건가? 내 의견은 하나도 필요 없는 것 같았다. 남편은 나에게 다 맡긴다 했지만 신혼집도 벽지색도 가전도 모든 것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슬슬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카페에 가자고 했다. 10년을 만났지만 남편이 먼저 카페에 가자고 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 조금 의아했다. 카페에서 통장을 하나 주었다. 그것은 입금할 때마다 글을 조금씩 쓴 편지였다.



몇 글자씩 며칠 동안 쓴 프러포즈 통장이었다. 프러포즈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걸 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벤트나 꽃다발과 풍선이 없는 것도 좋았다. 너무나 담백하게 오글거림이 없는 분위기였다. 마음표현을 좀처럼 안 하는 남편의 진심이 담긴 글을 보니 행복의 눈물이 나서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편이 읽어주었다. 자신과 함께 해줘서 고맙고 사랑하고 결혼해서도 잘 살자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전의 결혼준비에 대한 불만들은 싹 사라졌다. 힘들 때마다 오늘의 감동으로 살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