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을 도와드리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집안일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배워서 한 것은 아니다. 부모님께서 하는 것을 눈대중으로 보고 했다. 어떻게 하는 거냐고 여쭈어보면 "넌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말씀뿐이었다. 본격적으로 내가 집안일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은 중학교 가정 수업이다.
모든 집안일의 필요한 정보는 가정책에 나왔다. 빨래는 세탁물을 옷감별로, 색깔별로 구분하여 빨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에 자세하게 적혀있다. 옷에 달린 종이에 간단히 나와있는 기호들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 있다. 바느질도 다른 아이들은 실기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배웠지만 난 실생활을 위해 배웠다. 집에 있는 옷에 떨어진 단추는 내가 다 달았다. 가정 시간이 제일 좋았고 가정 선생님께서도 나를 이뻐하셨다. 제일 도움을 받았던 건 요리이다. 지금 만들 수 있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드는 피자, 손이 많이 가는 잡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찜닭은 모두 가정시간에 배운 것이다. 간단한 음식은 프라이팬으로 팝콘 만들기, 경단 만들기, 계란말이, 미역국, 김치전, 샌드위치 만들기도 배웠다. 맛은 둘째 치고라도 음식을 하는 법은 아무리 눈치껏 하려 해도 어려웠다. 음식 재료 손질부터가 어려웠기 때문에 혼자 습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정시간에 음식 재료 보관부터 손질 방법, 조리도구 관리법, 가스레인지 불조절까지 아주 자세하게 배우고 실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감자의 싹은 독이 있어 먹으면 안 되고 식중독이 걸리는 이유까지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내용을 배웠다.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과목은 이것을 배워서 어디서 써먹나 하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수업을 들었지만 가정수업은 달랐다. 학교에서 이런 실질적인 수업을 많이 하고 사람이 성장하면서 홀로 독립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요리를 배우고 집에 온 날은 항상 그날 배운 것을 가족들에게 해 주었다. 가족들 모두 좋아했지만 특히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다. 일과 살림을 동시에 다 하는 것은 부담이 되셨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빨래와 청소는 많이 도와주셨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오롯이 어머니 일이었다. 음식을 맛보시고는 맛있다면서 가끔 만들어 달라고도 하셨다. 특히 밀가루 반죽으로 도우를 만들고 소스도 토핑도 풍부하게 들어간 피자를 좋아하셨다. 피자 배달도 잘 안되고 빵을 굽는 오븐도 없던 시절 약하게 달군 프라이팬으로 만드는 피자가 어머니는 별미 중의 별미라고 하셨다. 피자를 먹다가 손님이 오셔도 급하게 나갈 수 있고 식어도 맛있어서 자주 해 드렸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 수능날 까지도 나의 도시락은 내가 직접 쌌다. 그런데 내가 요리를 하면서부터 어쩌면 편식이 생겼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고 싶은 것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부모님은 본인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편식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으셨다. 남이 해주는 음식에 투정을 부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셨다. 가정 시간에 배움이 없었다면 한 사람으로서의 독립적인 삶이 늦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 너무나 실생활의 지식이 많이 없는 듯하다. 나도 예전 부모님들보다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안 가르친다. 이제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더 잘 가르쳐야 할 것 같다. 혼자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설거지만 겨우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씩 살림하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