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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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은 여름 방학에 할머니 댁에 가서 놀았던 때와 할머니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우리 집에 계셨던 몇 년의 기억이 전부이다. 우리 집에 오시고 나서 몇 년 후 돌아가셨다.

아버지께서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는 집에서 태어났다. 자식들도 많아서 관심도 많이 못 받으셨다. 큰아버지는 장남이라 당연히 학교를 다녔다. 아버지 바로 아래 동생인 삼촌은 똑똑해서 학교를 보내주었다. 아버지는 지금도 학교를 보내주시지 않았던 할머니를 원망했다. 아버지는 두 형제가 학교에 가면 농사일을 하고 소 풀을 베러 다니셨다. 일은 해도 티도 나지 않고 잠시라도 놀고 오는 날엔 혼이 났다. 많지 않은 재산도 큰아버지의 장손인 사촌오빠에게 돌아갔다. 아버지는 집에서 십 원 한 장 도움을 받지 않고 결혼을 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6살에 돌아가셨고, 이후 할머니 혼자 작은 밭을 일구며 살았다. 할머니께서 기력이 쇠하셔서 거동이 불편해지자 혼자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식들이 많으니 그들 집에서 한 달씩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돌보자고 했다. 그나마 모실 형편이 되는 3형제의 집에서 할머니를 돌보게 되었다. 큰집에 며칠 있다가 큰어머니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우리 집에 할머니를 보내셨다. 우리 집에서 한 달쯤 계시다가 작은 아버지 댁에 가셨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돼서 우리 집에 다시 오셨다. 부모님께서 작은 아버지 댁에 안부 인사하러 들렸는데 할머니께서 식사도 제대로 못 드셨는지 너무 말라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 그냥 우리 집에서 계속 모시자고 했다. 할머니도 우리 집이 제일 편하다고 하셨다.

동생 방을 할머니께 내어 드리고 나와 동생은 한방을 썼다. 할머니께서는 말수도 거의 없으시고 방에서 잘 나오시지도 않으셨다. 할머니께서는 아침에 해가 뜨면 집 베란다에 놓아둔 의자에 앉아 불경을 읽으셨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면 식사를 하러 방에 들어오신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은 누워 계셨다. 나는 가끔 할머니를 씻겨 드렸고 어머니가 차린 밥상을 나르는 일을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한 번씩 술을 많이 드시고 오셔서 할머니께 원망의 말을 쏟아내셨다. 둘째 아들에게 일만 시키고 재산을 주지 않았고 사랑도 주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지금 다른 아들들에게 외면당하고 여기 계시면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미안하지도 않냐면서 울먹이셨다. 그런 말을 들어도 할머니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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