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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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할머니는 자신이 다른 자식들에게 외면을 당해도 큰 아들과 장손만 잘 살면 그만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한 몸에서 나온 같은 자식들인데 이렇게 차별을 할 수 있을까? 도저히 할머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딸만 둘 낳은 어머니에게 아들이 있어야 한다며 벌써 성인이 된 큰집의 둘째 오빠를 입양하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깟 아들과 제사가 대체 뭐라고 이러시는지, 어머니가 살아오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남편이 남자친구였던 때 할머니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적이 있다. 남편은 군대 입대 전에 우리 집에 인사를 하러 왔었다. 남편에게 빨리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지 하시면 어머니께서는 민망해하시며 내가 아직 대학생이다 하셨다. 할머니께서는 남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내가 할머니를 본 중에 가장 많은 말씀을 하셨다. 역시 할머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누구 집의 자손이든지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달 뒤 할머니께서는 식사를 조금씩 물리시더니 누워만 계셨다. 그리고 삼일 정도를 식사를 하시지 않으시다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께서는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일부러 변을 안 보도록 식사를 스스로 안 하셨던 것 같다고 하셨다. 자신을 돌보아준 며느리에게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은 깨끗하게 죽는 것뿐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찬 손을 만지며 어머니는 한참을 우셨다.


할머니의 장례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어머니의 사랑을 못 받고도 할머니를 모셨던 아버지는 누구보다 슬퍼하셨다. 돌아가시는 순간에 할머니께서는 아버지께 미안한 감정이 조금이나마 들었을까, 아니면 그 순간조차 찾아오지 않는 장손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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