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
나는 이 세상에서 우리 아버지처럼 좋은 남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에게 항상 나긋하고 다정하셨다. 가끔 일 마치고 들어오실 땐 검은 봉지에 내가 좋아하는 땅콩이나 구운 밤을 사 오셨다. 미용실 일로 바쁘신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도 도맡아서 하셨다. 우리 자매에겐 세상에서 제일 이쁜 공주님 대접을 해 주셨다. 아버지는 우리를 큰 공주, 작은 공주라 부르고 어머니는 김여사라고 부르셨다. 두 분이 큰소리 내서 싸우는 일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나는 어릴 때 통통한 체격이었지만 아버지는 딱 보기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외모에 불만 하나 없이 자랐다. 항상 이쁘다, 잘한다 해주신 덕분에 자존감이 높은 것 같았다. 초등학교 시절엔 꼭 남자아이들이 뚱뚱하다고 놀리면서 집까지 따라오곤 했다.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이 유치하기도 하고 그냥 집까지 오는 것도 놔두었다. 아버지께서는 택시운전을 하셨는데 주간 야간 교대를 하셔서 내가 하교할 시간에 집에 오시는 일이 많았다. 나를 따라오던 남자아이들이 아버지 눈에 뜨이면 무서운 눈을 하시고 화를 내신다. 그 호통에 아이들은 정신없이 줄행랑을 쳤다. 나는 그 광경이 항상 재미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에게 언제나 든든한 방패였다.
일만 하시던 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취미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낚시이다.
아버지께서 좋아하는 것이 생기자 조금 달라지셨다. 어머니와 우리가 관심에서 조금 멀어지고 집안일에 소홀해지셨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많이 서운해하셨다. 나는 어머니께 이제 아버지도 하고 싶으신 거 하도록 도와드리자고 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아버지를 이해해 드리자고 했다.
나는 자주 시간을 내서 아버지와 낚시를 하러 다녔다. 처음 몇 번은 어머니께서 따라다니셨는데 관심이 없다 보니 마냥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같이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는 물고기를 잘 잡지는 못하셨다. 하지만 그냥 바다에 나와서 낚싯대를 던지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하셨다. 내가 바다 근처로 시집을 와서 정말 좋다고 하셨다. 낚시도 하고 나와도 놀고 일석이조라고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보다 어복이 많은 내가 한 마리 라도 잡으면 대리만족을 하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낚시와 바다에 대해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대화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못 했던 마음속 이야기도 가끔 하셨다. 아버지에 대해 많은 것을 낚시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딸이지만 아들처럼 친구처럼 지내고 싶었다. 용돈을 많이 드리지는 못하지만 나와 같이 하는 시간을 드리기로 했다. 나중에 아버지와 함께 하고 싶어도 못하는 순간이 왔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다. 조금 힘들거나 귀찮아지는 날이 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있을 때 잘하자라는 말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