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하자 2

사랑하는 어머니

by 은하

어머니께서는 내가 태어날 무렵부터 미용실을 하셨다. 미용실도 작고 그보다 더 작은 방이 달린 곳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네 명의 식구가 그 방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의문이 든다. 어머니는 식사도 제시간에 못하고 다리와 팔목은 항상 아프셨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어디 여행 한번 못 가보고 그렇게 일을 하시며 열심히 사셨다.


어린 나의 눈에도 그 고생이 보였는지 난 일찍 철이 든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식사는 내가 준비했고 가끔 미용실 손님들 커피 태워드리는 심부름도 했다. 소풍이나 운동회에 못 오시는 건 당연했고 근처에 살고 있는 이모께서 도시락을 가져다주시는 것에 정말 감사했다. 비 오는 날 비에 흠뻑 젖어도 어머니에게 어떤 원망의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머니는 당연히 일하시고 데리러 못 오실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교 진학 할 때에 학교 근처로 이사하면서 미용실을 그만두셨다. 팔목이 너무 망가져서 더 이상 가위질을 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도 쉬지 않으시고 보험판매업을 하셨다. 하지만 어머니 성격상 남에게 권유하는 것을 못하신다. 부지런히 출근 도장만 찍고 주변 소개로 보험 계약을 겨우 최저 월급이 나올 정도만 하면서 버티셨다. 정말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는 결혼을 하고 쌍둥이를 낳았다. 그리고 100일이 될 때까지 같이 아이들을 돌봐주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은 그만두셨다. 아이들을 봐주실 때도 정말 죄송스러웠다. 아픈 어머니께 내가 알아서 해볼게라고 하고 싶었지만 쌍둥이는 나에게도 너무 버거웠다. 이제 아이들이 좀 크니 어머니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의 재미를 찾아서 낚시에 빠지셨다. 아버지 대신 내가 어머니의 취미를 도와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머니께서는 젊었을 때 등산을 즐기셨다고 하셨다. 자연을 보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지금은 허리도 다리도 안 아픈 데가 없어 등산은 무리였다. 그래서 내가 이쁜 꽃이 핀 곳이면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인생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했다. 가고 싶은 곳이 있거나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만 하라고 했다. 그게 어디든 데려다 드린다고 했다. 어머니께서는 처음에는 그냥 바람만 쐬어줘도 좋겠다고 하셨다. 몇 번의 꽃구경을 하고 나서는 너무 좋아서 사진을 자랑하기 바쁘다고 하셨다.


나는 어머니와 이쁜 꽃사진을 많이 남겨놓고 싶었다. 꽃과 함께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어머니 사진을 보면 조금이나마 효도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맛집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사 드렸다. 물에 만 밥도 편히 못 먹었던 시절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말이다. 어린아이 같이 해맑게 웃고 계신 어머니 사진이 늘어날수록 힘들었던 과거일을 조금씩 잊어버리셨으면 좋겠다. 그 계절의 꽃과 사진을 찍어드리고 그때 제일 맛있는 음식을 드시게 하자. 나는 있을 때 잘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