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무역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아디다스 독일 공장은 공장을 자동화해서 100여 명이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만든다. 기존 신발공장에서 이 정도 규모를 만들어 내려면 600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이키도 인건비가 비싼 미국과 캐나다에서 매년 수백만 켤레의 신발을 만들고 있다. 적어도 신발 산업은 이제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만들어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공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많은 나라에서 생산해 바로 판매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인건비가 낮은 나라로 공장을 옮겨 다녀온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이 변하고 있다. 배경에는 공장 자동화가 있다. 로봇이 수십, 수백 명의 인력을 대신하니 노동력의 중요성은 점점 떨어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생산시설을 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도 자동화의 영향이 크다.
그동안 한국, 중국, 동남아 등의 순서로 진행된 저임금 활용 경제 발전 전략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중국에 이은 차세대 글로벌 생산기지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3D 프린팅도 무역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항공기와 자동차 부품, 의료기기, 신발, 의류 산업에서 잠재력이 높다.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대신 수출할 국가에 3D 프린터를 놓고 도면만 보내면 된다.
이런 특성은 소규모 기업과 개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현지에서 소량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고 복잡한 무역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과거 산업혁명은 소수 자본가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공장을 운영하는 대량 생산 체제를 가져왔다. 자연히 수공업 중심의 자영업자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 4차 산업혁명은 작은 기업과 개인도 큰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로봇 기술로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때 3D 프린팅 같은 또 다른 혁신기술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 그간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경향이 이어졌다. 어쩌면 적어도 무역에서는 규모가 작아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