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우산

by 굥이

새 해의 첫날

떡국을 먹고

나는 또 한 살이라는 나이테를

더 두르게 되었다.


그 나이테라는 것이

얼마나 더 두터워질지는 모르겠지만

나이테만큼의 역할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인지

살짝 궁금해졌다.

.

.

나이테가 두터운 나무를 보면

비주얼도 압도적인데

나의 외모는 과연 나무만큼의

관록이 느껴지는 것인지


그리고

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 시원한 그늘을

나는 얼마만 한 크기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지

궁금해졌다.


나뭇잎이 풍성하면

비도 막아 줄 수 있을 텐데

나는 과연 우산 없이

서 있는 사람들에게 비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인지


여러 가지로

갑자기 궁금해졌다.

.

.

그러면서 드는 생각들

나무의 생명에 비하자면

나는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봄일까

여름일까

가을일까

아니면 겨울의 시작일까


그리고, 이건 나 만의 생각일까

아니면 우주의 섭리에 따라야겠다는

수동적인 발상일까

.

.

나는 왜 봄, 여름, 가을을 다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질수록

점점 꼬여만가는 것 같은데


그냥 단순하게

나의 하루를 사계절로 비유해 보자

.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를 또 잠에서 깨워주신 분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 다음


태양의 움직임에 맞춰

열심히 일을 하고

크게 한 숨을 내 쉬면

저녁노을이 눈에 들어오곤 하는데


그런 노을이 잠을 자게 되면

나도 눈을 감고 꿈나라의 세상을 배외하겠지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는 것이

나의 인생이겠지.

.

.

비가 축축이 흩뿌리는 오후

나의 인생이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횡설수설


하지만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매일매일 한 발짝씩 한 발짝씩 내딛고 있는

내가 살짝 장해보이기도 하고

기특해도 보입니다.

.

.

이런 나의 하루하루가

쌓이고 싸여

나이테가 두터운 나무의 나뭇잎처럼

누군가에게 비를 피할 수 있는

큰 우산이 되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by 굥이


비오는 날의 커피숍 1.jpg


월, 수, 금 연재
이전 04화Ai 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