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웰컴 투 더 정글...

코타팅기 반딧불투어와 맹그로브 투어

by 엠제이유니버스

조호바루라 하면 싱가폴에 가까운 도시 느낌에 도시보다 저렴한 골프장이 유명하지만 한 편으로는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은 나라이기 때문에 광활함에서 오는 야생의 느낌도 정말 멋지다. 한 달 살기하러 오는 우리같은 단기 여행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투어는 '코타팅기의 반딧불 투어'와 '맹그로브 숲 투어'이다.


코타팅기는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 날 ZAK 아저씨의 차를 타고 투어를 갔으며, ZAK 아저씨는 조호의 역사와 다양함에 대해 많이 설명해주셨다. ZAK 아저씨를 만난 것이 말레이시아 온 지 3일 정도 되었을 때인데, 돌아보니 그만큼 영어를 잘 하는 말레이시아 사람을 그 뒤에 본 적은 없었다. 여튼 한 시간 정도 가면서 그는 조호바루의 여러 역사와 가보면 좋을 거 같은 여행명소들도 알려주었다. 코타 팅기의 뜻은 '높은 땅(도시)'이라고 했다. Kota 는 말레이어로 도시(땅)을 의미하고, Tinggis는 높은을 뜻한다. 조호바루는 현재 말레이시아 2대 도시(1대는 쿠알라 룸프르, 수도)이며 조호바루의 뜻은 새로운 보석(?)이라고 했다. 원래 코타팅기가 과거 조호바루의 중심이었으나, 현재 지역으로 옮기며 조호바루로 불렸다고... 코타팅기가는 길의 오른쪽엔 군부대같이 군인들이 지키는 지역이 있어 ZAK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군부대의 생존 훈련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특수부대에서 일주일 동안 음식/물을 주지 않고 생존하게 하는 생존 훈련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곳이라고 한다. 미군도 와서 훈련하기도 하고, 다행히 이 곳에는 야생동물이 많아서 먹거리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도 한다.

코타팅기 반딧불투어 선착장

한국인 유투버가 본인을 촬영한 shorts도 보여주시고 여튼 ZAK 아저씨와의 한 시간 드라이브는 매우 재밌고 신기했다. 반딧불 투어는 중국인들이 운영을 한다. 커다란 두리안 플렌테이션을 지나면 조호바루 리버 브릿지가 나오고, 그 강 아래 야생의 지역이 반딧불이 출몰하는 지역이며, 현재 약 3개의 업체가 투어를 운영한다고 한다. 최근 몇 년 간 두리안 플렌테이션에서 드론을 이용해서 하늘에서 농약을 살포하면서 그 농약이 바람을 타고, 강 아래 반딧불 지역에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즉 반딧불이도 엄청 죽었다고 한다 -.- 다행히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업체는 authority에 공식등록된 업체였고 이들의 민원과 반딧불 보호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져 이제는 드론으로 농약을 더 이상 살포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튼 4명의 가족이 90링킷에 투어를 등록하고, 20링킷으로 반딧불 투어 끝나고 쏘아 올릴 풍등에 여러 글귀를 적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니, 갑자기 ZAK 아저씨가 검은 비닐 봉지 하나를 내민다. 봉지 속에는 나뭇가지에 달린 손가락 한마디만한 동그란 무언가가 달려있다. "This is longan, Dragon Eye." 첨엔 못 알아들었는데 찾아보니 롱안 = 용안 = 용의 눈 = Dragon Eye 였다. 아저씨는 까먹는 방법도 알려주시며 이건 아까 말한 농약과 상관없는 organic이니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한다. 잭프루트, 망고스틴 등과 맛이 비슷한데, 뭔가 작은 한 알씩 까먹어야 하는 수고는 좀 더 있지만 맛은 기가 막히다. 용과(Dragon Fruit)만 알았지 용안(Dragon Eye)는 첨 맛보는 새로운 세계였다.


풍등의 글귀도 작성하고, 용안도 먹고 나니 어느새 우리가 배에 탑승할 시간이 됐다. 배 한 대에 대략 20~30 명이 가득 타고 출발한다. 365일 쉬는 날 없이 매일 운영하는데도 사람이 많다더니, 정말 사람들이 많긴 많다. 배를 타기 전에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주는 할머니가 초대 사장님이시고, 배에서 안내와 설명을 해주는 아주머니는 2대이자, 이 업체가 가족 비즈니스라고 한다. 아까 지나온 조호바루 리버 브릿지 아래로 들어가면 배는 엔진을 서서히 끄고, 배의 조명도 핸드폰의 조명도 모두 꺼달라고 하며 살며시 숲쪽으로 다가간다. 갑자기 깜깜하던 숲 속이 반짝 반짝 거린다. 반딧불들이 춤추는 모습이 사람들의 후기처럼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불들이 반짝 거리는 느낌이다. 안내해주던 아주머니는 "This is a small Firefly" 라고 하며, 다시 배를 이동하니 반짝임이 더 커진다. "Big Firefly" 순간 아이와 나는 "아 이거 주작 아니야, 막 전구 꽂아놓고 불 깜빡이게 켜는 거 같은데..." 라며 둘이 키득거릴 정도로 반딧불들의 반짝거림이 대단했다. 그 때였다. 커다란 반딧불이 한 마리가 우리가 타고 있는 배로 반짝 거리며 접근하더니 배의 기둥에 자리를 잡고 깜빡거리고 있었다. 사람을 무서워하고 빛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야간모드로 사진을 찍어도 그 자리다. 더울까, 모기 물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여러모로 시원함을 만끽한 투어였다. 심지어 돌아오는 길에 아주머니가 후레쉬를 비추는 곳마다 도마뱀들이 잠인지 휴식인지 모르겠으나 나뭇가지에 걸터 누워있었다. 여지없이 아이와 나느 "아 왠지 저거 주작같은데, 인형 아니야." 라고 또 키득거렸다. 한국에서 한 마리도 보기 어려운 그 반딧불이를 정말 눈 앞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원없이 구경하고 느끼고 돌아왔다.

주작인 것만 같은 신기한 도마뱀

다시 돌아와서는 아까 적어둔 풍등을 하늘 위로 올려 보내며 소원을 하나씩 빌었다. 맑은 하늘 위로 풍등이 잘도 훨훨 날아간다. 우리 가족의 소원도 잘 이뤄줬으면 좋겠다.

소원들어줄것같은 풍등

다시 조호바루로 돌아오는 길에 ZAK 아저씨는 "너네 가족은 이런 자연환경을 모험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은데, 그럼 에코 투어리즘(맹그로브 배)이나 탄중 피아이(맹그로브 도보 / 국립공원)를 한 번 해보면 어떠냐고 했다. 사실 아저씨는 탄중 피아이 국립공원을 적극 추천했으나, 아이들과 맹그로브를 왠지 걸을 자신이 없었기에 에코 투어리즘을 가보기로 했다. 사실 탄중 피아이는 숙소에서 좀 멀었고, 에코 투어리즘은 가깝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튼 다음날 아침 그랩을 타고 맹그로브 투어가 있는 에코 투어리즘에 도착했다.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뜨거운 여름날 같았다. 이 곳 투어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운영한다. 12시부터 2시까지는 기도도 해야 하고, 점심도 먹어야 해서 영업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일찍 왔고, 젊은, 그러나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가이드와 함께 네 가족이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출발했다. '더우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지만, 보트를 타고 가니 시원한 바람에 더위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강변 근처로 가면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같은 길이 보인다. 그 때부터 조용히 보트가 그 속으로 들어간다. 맹그로브는 열대의 하구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로 뿌리가 밖으로 나오고, 물 속에 잠기기도 하는 나무를 뜻한다고 한다. 온통 맹그로브가 자리잡은 숲 속으로 들어가던 모터보트가 갑자기 멈춘다. 위를 가리키는 가이드의 손끝쪽 나무에는 뱀이 한마리 또아리를 틀고 잠들어 있었다. 모터보트 앞으로 물수제비처럼 무언가 튀어가길래 도마뱀인줄 알았는데, 이 지역에 사는 물고기라고 한다. 생긴 것이 순천만 장뚱어를 닮았다. 그렇게 살금살금 맹그로브를 돌아다니는데 저 앞 교차로 긴 다리를 가진 새 한마리가 서있다. 마치 내가 이 숲의 주인이니 인사하고 가라라는 표정이다. 새를 지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숲새들의 소리도 잦아들고, 그 곳에는 원숭이들 거주지가 있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원숭이 한마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배를 타고 투어오는 것을 아는지, 그냥 나무에 걸터앉아 우리를 한없이 쳐다본다. 어린 원숭이들은 오르락 내리락,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기 바쁘다.

맹그로~~~브

Little Amazon이라 불리우는 이 곳을 다시 빠져나오던 길에 아까 만났던 새가 있는 곳을 지나칠 무렵, 갑자기 새가 푸드덕 뛰어 올랐고 그 뒤로 도마뱀 두 마리가 잽싸게 물을 튕기며 사라진다. 우리가 오기 전에 싸움이라도 있었나 보다. 뒤뚱뒤뚱 움직이는 그 도마뱀들은 어제 반딧불이 투어에서 봤던 'Monotor Lizard'라고 한다. 맹그로브 숲을 빠져나오면 모터보트는 쾌속으로 한참 바다를 달린다. 막 속도를 높이려던 찰나 가이드가 "Danger Danger"를 외친다. 보트 앞으로 물뱀 한마리가 횡으로 지나간다. 아까 숲에서 본 뱀들은 독이 없는데, 저 물뱀은 독이 있어서 위험하단다. 스마트폰을 빠뜨리면 정말 큰일나겠구나 싶어 얼른 주머니를 여몄다. 반대쪽 해안은 싱가폴인데 이 쪽 해안가는 말레이시아다. 반대쪽은 가보진 않았지만 요트도 보이고 그 뒤로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보인다. 말레이시아쪽은 허름하다. 수상가옥처럼 보이는 것들도 많다. 전화번호가 적혀있어서 띄엄띄엄 물어보니 낚시터라고 한다. 국경도 아니고 바다를 앞에 두고 삶의 모습이 이렇게 다르다니 아이러니다. 홍합양식장도 구경해보고, 혹시나 크랩을 잡을 수 있을까 던져놨던 어망도 꺼내봤지만 꽝이었고, 그렇게 맹그로브 투어는 끝이 났다. 맹그로브 숲에 들어갈 때 흐린 갈색의 물과 그 속에 뿌리는 내리고 있는 나무들, 그리고 그 바람소리와 때때로 들려오는 새소리들로 인해 미지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이런 날 것 그대로의 야생에 초대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배를 내리고, 다시 차를 타고 파인애플 플랜테이션을 지나고, 작년에 할리우드에서 무슨 영화를 찍었다는 곳도 지나면 갑자기 국제학교와 대학교가 나타나며 도시가 된다. 살짜기 인지부조화가 올 것 같지만 이게 말레이시아가 지닌 특색인 것만 같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주워들은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