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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Mar 30. 2022

견물생심이라더니...

그래, 카니발을 꼭 갖고 싶은 건 아니었어. 태슬라도... ...

회사 일로 여의도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고맙게도 함께 가는 회사 동료가 자기의 차로 이동하자고 했다. 웅장한 검은색 자태를 뽐내는 커다란 카니발. 보스들을 포함해서 4명이 좌우로 열리는 카니발에 탑승했다. 마치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이나 우등고속버스를 탄 것처럼 팔걸이가 달린 커다란 2열의 의자. 조수석과 2열에 앉은 세 명은 택시를 탔을 때의 가까움없이 서로의 공간에서 웃고 떠들 수 있었다. 


여의도에서의 일을 잘 마무리하고 다시 광화문으로 오는 길. 몸소 운전을 해준 회사 동료가 조용히 물었다.


"혹시 심심하시면 유튜브나 넷플릭스 틀어드릴까요?"


안드로이드 오토라는 신세계였다. 스마트폰과 테더링해 자동차의 스크린에 멀티미디어가 미러링되다니. 그 날 집에 와서 조용히 검색해보니 우리 가족이 타는 차는 안드로이드 오토가 인식되기 전 모델이었다. 



그리고 몇 주일 뒤 골프장에서 만난 보스. 골프장 전기차 충전소는 굳이 필요없다는 태슬라 운전자이다. 


"아이들이 커가고 각자 자기 생활을 하니, 부부들의 시간이 많아져. 그래서 캠핑이나 차박 목적으로도 이 차를 생각한거야. 차로 전기가 해결이 되고, 차박도 가능하니 가끔 부부가 경치좋은 바다에 가서 거의 17인치에 육박하는 모니터에 영화 틀어놓고 커피도 마시고, 라면도 먹고 놀면 그렇게 좋을 수 없지."


다시금 2014년 연식의 우리 차를 바라본다. 네 가족의 튼튼한 발이 되어주고, 캠핑 시즌에 짐도 많이 실려서 온 가족의 여행을 도맡았던 우리 차. 색깔이 특이해서 주차장에서 눈에 띄어 찾기 편하다는 아이들. 파노라마 선루프라 비가 오거나 하늘이 매우 맑을 때 확 트인 느낌이 좋다는 아이들. 


'디젤차지만 승차감도 좋고 편의기능도 많아.' 라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나는 중고차 사이트에서 카니발을 검색해보고 있다. 차가 더 커지니 짐 싣기도 좋을거야. 뒷자리에 아이들이 널찍하게 편하게 다닐 수 있을거야. 안드로이드 오토.. 우리도 할 수 있자나~ 등등 카니발을 위한 변주곡으로 머릿속이 시끄럽다. 


"전 원래 suv 탔었는데, 이번에 신형 카니발로 바꾸고 완전 대만족이예요." 


라는 동료의 칭찬과 미소가 아른거리며, '그래, 한 번뿐인 인생.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라는 생각까지 도달한다. 특히 K car는 친절히 집까지 차를 배송해주고, 지금 타고 있는 차도 나쁘지 않은 가격에 매입도 해준다고 끊임없이 광고한다. 클릭 몇 번이면 카니발의 차주가 될 수 있다. 검은색 카니발의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고, 널찍한 2열 자리에서 편하게 이동을 한 가족들이 내리고 즐거워하는 그런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흐뭇하고, 캠핑장에 주차된 멋진 카니발은 나를 미소짓게 한다.  


그러나... ...




"문제는 Cash Flow야. 보통 사람들은 회사를 다니고 월급이 안정적이며 차를 사. 그래서 Cash Flow가 월급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자동차 유지비/관리비 등을 포함한 지출로 다 나가버려. 그래서는 부자가 될 수 없어. 부자가 되려면 내가 투자하고 산 것들에서 Cash Flow 유입이 있어야 해. 자동차를 산다고 심리적인 즐거움은 있지만, 그게 우리에게 Cash Flow 유입을 주지 않아. 오히려 Cash Flow 유출을 부르지. 그래서 자동차를 사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그냥 지출일 뿐이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는 그의 책과 유튜브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다. Cash Flow를 창출하는 것이 투자다 라고 말이다. 매월 할부금을 내고 차량유지비를 내고 업그레이드된 차에 걸맞게 안드로이드 오토를 쓰기 위해 스마트폰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바꾸는 등 매월 나가는 것은 현금이요, 들어오는 것은 나의 만족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니발을 타다 보면 멋진 세단, 멋진 SUV도 타고 싶어질 거고... 결국 만족에 대한 나의 욕구는 끝이 없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 늠름하게 자리잡고 있는 카니발, 눈매가 멋진 제네시스, 그리고 아이들도 좋은 차라는 걸 알만큼 번쩍거리는 벤츠, 베엠베 등등... 마음을 바꾸니 차를 대하는 생각도 바뀌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Cash Flow 유입이라고~ 그래서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 소득을 만드는 거라고. 


수입을 잘 모으고, 지출을 줄이는 성실한 삶만 살아도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는 정주영 회장의 말을 되새기며, 카니발에서 내리는 멋진 나의 모습은 조금 뒤로 미뤄야 할 거 같다. 


이렇게 마음의 결론을 홀가분하게 모두 내리고, 아내에게 물었다. 


"차는 안 바꿀건데, 새 기분이라도 내기 위해서 페이스 리프트로 차 얼굴이나 바꿔볼까?"


아내는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작은 휴대용 청소기를 주면서 할 일 없으면 실내 세차나 하고 오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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