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장 많은 시간을 수학에 할애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와 갈등도 많아지게 된다.
"도대체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난 이미 돈계산도 할 줄 아는데 왜 더 어려운 것들 해야 해요?"
라는 아이의 투정에 우선 말문이 막힌다.
'그러게 말이다. 저런 도형과 방정식과 계산식들이 삶의 어디에 쓰일까?'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지금 니가 물건을 사고 계산할 수 있는 것은 더하기-빼기를 배웠기 때문이고, 더 커서 은행에서 대출도 받고 예금, 보험도 하고,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필요하단다. 왜나면... 수학을 잘 하면 뭐가 더 이익인지 잘 알 수가 있거든. 그 왜 있잖아... ..."
말이 길어진다. 설명이 길면 길어질수록 설득력은 낮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수학의 중요성은 알고 있으되 그 필요성은 평소에 못 느꼈기 때문이리라.
한참만에 아이와 타협점을 찾았다.
"니가 좋아하는 마인 크래프트 있자나. 그 블록의 넓이와 부피를 알아야, 몇 개의 블록을 가지고 어디에 무얼 만들 수 있을지 알 수 있자나. 그리고 그 계산을 빨리 잘하면 게임을 더 잘하는거지. 게다가 거기에 나오는 xy 좌표를 잘 알면 이동하고 거기서 뭐 만드는 게 더 쉽잖아."
"일단....알겠어요 ! I will try anyway."
흠 이제 곧 미적분, 확률통계의 세계와 마주할 터인데.. 수학의 쓸모를 아이와 어떻게 합의해갈 수 있을까?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수학통계 박사학위까지 딴 한 보스는 대입준비를 하는 자녀의 수학을 고3 때까지 같이 공부하고 알려줬다고 한다.
그런 그가 새삼, 더욱, 매우 많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학교를 다니며 그냥 암기했던 것들은 휘발되었던 것들을 되짚어보며, 휘발되지 않도록 삶의 쓸모와 진짜 필요를 하나씩 찾아서 같이 공부해봐야겠다.
"아들아, 미분과 적분을 하면 이 복잡계 세상에서 삶을 단순 명료하게 판단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단다. 이 얼마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가."
어린 시절 여행을 가서 보았던 절들의 국보와 보물이 사진처럼 기억에 남듯이 수학도 삶의 한 순간에 사진촬영되듯 기억될 만한 것이 있을까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그 사례들을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