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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Dec 23. 2023

'돈'을 버는 것과 '글'을 쓰는 것

둘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돈을 많이 벌고 싶어 금융인의 길에 들어섰다. '제로썸 (누군가가 벌면 누군가는 잃는)이 분명한 곳이 금융시장이지만, 규칙을 잘 지키고 거기서 이기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라고 했던 농구부 선배의 조언도 한 몫했고, 제조업은 물건을 팔아 돈을 남기지만, 금융업은 돈으로 돈을 남겨서 유리하다는 술자리 이야기도 금융업을 택하게 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농구에 미쳐 살았던 나의 베프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비슷한 일을 한다. 회계사, 세무사, 금융회사 회계팀장, 그리고 나. 그리고 신기하게도 4명 모두 술은 좋아할지언정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게 슬램덩크 정대만이 담배피워서 체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에 몇 번씩 아이들을 데리고 아빠들끼리 여행을 가는데 매번 라이터가 없어서 불붙일 때 곤욕을 치르며 웃기도 한다.


학창시절에도 그랬다. 평일에는 넷이 학교 도서관이나 교실에 맨 늦게까지 남아서 문제들과 씨름하고, 주말에는 체육관에서 농구만 했다. (미팅, 소개팅 좀 많이 했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은 너무 아쉽다 ㅠ) 또래보다 체력과 집중력이 좋았고, 농구만큼 규칙에 민감하고 순종적인 종목이 없기 때문에 차변-대변이 0.1의 오차도 없이 딱 떨어지는 회계가 더 없이 잘 맞았는지도 모른다. 투입한 시간만큼 성과가 나오는 농구처럼, 회계와 공부 역시 그렇고 말이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마이클 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듣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때론 말로, 때론 보고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바로 결정을 내리거나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스들에게 컨펌을 받아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할 때 만큼은 효율을 중요시하고, 두괄식의 한 문장에서 결론을 내거나,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내는 것을 선호한다. 잘 쓰여진 4장의 스토리라인보다 핵심이 담긴 1장의 보고서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엠제이는 매우 삭막하고 무미건조하다. 


읽는 책들도 따분하기 그지없다. 투자, 금융, 업무관련 책. 몹시 글이 읽히지 않을 때나 가끔 추리소설이나 전자도서관의 인기 에세이들을 읽는다. 하루키와 같은 포텐의 폭발을 기대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돈을 쫓아 돈을 열심히 투자하고 까먹기도 하는 40대 직장인일 뿐이다. 낡은 노트와 블로그에는 투자서적들을 읽고 정리한 내용, 투자실패담, 성공담을 기록해뒀을 뿐이었다. 유투버나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투자경험담을 가지고 책을 쓰면 돈을 벌 수 있을까? 라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회사의 온라인 교육으로 '직장인으로 글쓰기'라는 수업을 들었다.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인생 중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는 모토의 책과 함께 말이다. 글이라고 하는 게 꼭 어떤 목적성이 있는 것만은 아니고, 본인의 생각 감정들을 표현함으로써 삶을 돌아보고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어준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늘 쫓기든 투자서적을 탐독하고 내용을 이해하려 애쓰고 밑줄치고 공부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생각하며 딴짓도 하고 그냥 멍~ 하게 있는 시간도 늘었다. #라라크루 에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는 찬찬히 생각을 해보고 훌륭한 많은 작가님들의 다양한 생각과 시선을 읽는다는 게 큰 즐거움인 것도 깨달았다. 


아직 나의 글쓰기는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글쓰기는 나와 좋은 대화시간'이다. 돈을 쫓으면 돈을 못 벌듯 글을 쫓는다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진 않을게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잘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으로도 조금은 재밌는 하루인것 같다. 무심히 지나쳤을 거리의 풍경들이나 커피한잔 같은 것들이 소소하게 재미나다는 말이다.


주변 작가님들을 보면 주제를 잘 잡아 연재도 잘 하던데.. 아직 내가 보여줄 재미는 그렇게 많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나는 하고싶은 말들을 꾹꾹 눌러담아 글을 써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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