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좀 쪄줄래..? 뭐..? 감자가 아니었다고?

밀레 <만종> 속 감자바구니의 진실

by 라희


명화 100선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그림, 바로 밀레의 <만종>입니다. 노을 지는 들판에서 부부가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모습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표상 그 자체로 보입니다.



장프랑수아 밀레 <만종>



하지만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진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였습니다.





괴짜 화가의 미친 주장?

달리는 이 그림만 보면 가슴이 짓눌리는 슬픔이 느껴진다며, "저 바구니는 감자를 담은 게 아니다. 죽은 아이의 관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살바도르 달리



그는 농부 부부가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모습이 사실은 수확에 대한 감사나 저녁 기도가 아니라, 자신들의 죽은 아이를 애도하는 슬픔과 죄책감의 표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달리는 그림 속 부부 발치에 놓인 바구니의 모양과 위치, 그리고 부부의 경건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지는 자세를 근거로, 이 바구니가 농작물을 담는 용도가 아니라 아이의 시신을 담았던 작은 관일 것이라 주장했지요.



부부의 발 밑에 있는 감자바구니




루브르가 직접 확인해보니.. 헐!

하지만 달리의 괴짜 행보덕에 그의 주장도 '헛소리' 로 치부되었는데요, 1960년대 초 루브르 박물관에서 X선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요.


당시 루브르에서 <만종>의 X선 촬영 분석을 한 결과, 놀랍게도 부부 사이에 그려진 바구니 아래쪽에서 어떤 물체가 덧칠로 지워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던 겁니다.




이 지워진 물체는 실제로 작은 직사각형 모양이었으며, 이는 달리가 주장했던 '아기의 관'일 가능성을 시사하여 당시 미술계와 대중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왜 관을 감자바구니로 덮었을까?

밀레가 직접 말한 적이 없기에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유력한 추측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래 밀레는 처음에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죽은 아기를 묻기 전 기도하는 부부를 그렸습니다. 하지만 그림이 거의 완성되었을 무렵, 주변 지인들은 조언합니다.



그림이 너무 어둡고 슬퍼서 아무도 안 사갈 걸세.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넣게.



결국 밀레는 대중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아기 관을 감자 바구니로 바꾸고, 제목도 '만종(삼종기도)'으로 내놓게 된 것입니다.


장 프랑수아 밀레



이제 다시 그림을 보세요. 부부의 표정이 수확의 기쁨이 아니라, 자식을 잃은 참담한 슬픔으로 보이지 않나요?





[비하인드 컷] 달리는 어떻게 알았을까?

살바도르 달리는 이 사실이 밝혀지기 전부터 <만종>에 집착했습니다. 자신의 책 표지에 이 그림을 싣고, <만종>을 패러디한 그림만 수십 점을 남겼죠.


살바도르 달리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 1935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습니다. '초현실주의의 거장'인 그의 눈에는 무엇이 보였던 걸까? 정말로 천재적인 예술가의 직관은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덧칠된 물감 아래, 수수께끼처럼 감춰진 '죽음의 기운'이나 '불길한 징조'를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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