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던 나폴레옹은 가짜다

대중 선동을 위해 조작된 그림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by 라희

앞발을 높이 든 백마, 바람에 휘날리는 붉은 망토, 저 높은 산을 가리키는 근엄한 손가락. "영웅" 이란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모습.


바로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그림은 100% 조작된 장면입니다. 나폴레옹은 빨간 망토를 한 적도, 백마를 탄 적도 없답니다.






팩트 체크 들어갑니다. 그 날의 진짜 모습

당시 나폴레옹이 넘던 알프스의 생 베르나르 협곡은 험준하고 눈보라가 치는 길이었습니다. 이런 길에서 덩치 크고 다리가 얇은 말은 미끄러지기 딱 좋습니다.


그래서 실제 나폴레옹은 노새를 탔습니다. 노새는 말보다 작아 폼은 안 나지만, 발이 튼튼하고 겁이 많아 험한 산길을 안전하게 잘 갈 수 있거든요.


실제 나폴레옹의 모습을 그린 폴 들라로슈의 그림


사실 그 날의 나폴레옹은 붉은 망토 대신 두꺼운 회색 코트를 꽁꽁 싸매고, 군대의 맨 뒤에서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쭈그리고 앉아 산을 넘었답니다.




나를 사실대로 그리지 말거라 -나폴레옹-

하지만 위의 폴 들라로슈가 그린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 이건 유럽을 제패하러 가는 왕의 모습이라기엔 너무.. 폼이 안납니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자신의 전임화가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에게 특별한 주문을 내렸지요.



다비드: 폐하, 실제 모습 그대로 노새를 타고 가는 모습을 그릴까요?


나폴레옹: 누가 현실을 보고 싶어 하는가? 사람들은 영웅을 원한다. 사나운 말 위에 올라탄 침착한 내 모습을 그리거라.



원문을 직역하다보니 '침착한 모습' 이라고 표현되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침착' 보다는 사나운 말을 휘어잡고 있는 '근엄한' 모습의 뉘앙스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킹받는건.. 이렇게 없는 장면을 꾸며내라고 해놓고 모델을 서주지도 않았다는 거(..?) 그래서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아들을 모델로 세우고, 얼굴은 석고상을 보고 상상해서 그려야 했지요. 결국 우리가 아는 그 그림은 100% 연출된 장면 인겁니다.




승리를 조각하는 이미지메이킹의 천재

이렇게 나폴레옹이 꾸며낸 그림을 주문했던 진짜 이유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것이 '사실(Fact)'이 아니라 '환상(Fantasy)'임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겁니다. 그의 전략이 통했던건지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은 인기가 너무 좋아서, 색상만 조금씩 달리한 4개의 버전을 더 그렸다고 해요.


다양한 버전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이런 나폴레옹의 치밀함은 단지 그림 조작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늘날의 언론 통제와 브랜딩 전략을 200년 전에 이미 실행했던 인물입니다.


1️⃣ 언론의 마술사: 그는 전장에서 파리로 보내는 전황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습니다. 패배는 축소하고 승리는 과장했죠.
2️⃣ 황제의 브랜딩: 그는 자신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 로마 제국의 상징인 독수리와 프랑스 왕조의 시조인 메로빙거 왕조의 벌 문양을 적극적으로 차용했습니다.
3️⃣ 검열과 후원: 자신에게 비판적인 신문사는 가차 없이 폐간시켰지만, 자신을 찬양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막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예술을 통치 수단으로 활용한 그의 전략은 후대 독재자들의 교과서가 되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포토샵이다

나폴레옹은 총칼보다 무서운 것이 대중의 인식이라는 것을 알았던 천재적인 정치인이었습니다. 다음에 박물관이나 교과서에서 이 위풍당당한 그림을 보게 된다면, 말발굽 아래 숨겨진 노새의 땀방울과 나폴레옹의 정치적 야망을 함께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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