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루이 다비드 <마라의 죽음> 1793
욕조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한 남자. 한 손에는 펜을, 다른 손에는 피 묻은 편지를 쥔 채 숨을 거둔 모습이 너무나 고요합니다.
마치 나라를 위해 밤새워 일하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비운의 순교자처럼 보이지 않나요? 하얀 천과 쏟아지는 빛 때문에 성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속지 마십시오. 이 장면은 화가 다비드가 자신의 절친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장 폴 마라'를 신격화하기 위해 만든 희대의 사기극이니까요.
그림 속 남자는 대리석처럼 매끈하고 깨끗한 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모델인 마라는 악성 피부병을 앓고 있었답니다. 온몸에 진물이 나서 약물을 푼 욕조에 몸을 담그지 않으면 고통을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죠. 다비드는 친구의 흉측한 피부병을 뽀얀 피부로 완벽하게 보정해버린거에요.
'인민의 벗'이라는 신문을 발행하던 급진파 리더였던 마라의 별명은 '피를 마시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혁명을 완수한다는 명분으로 "반혁명 분자 20만 명의 목을 쳐라!"라고 외치던 공포 정치의 주역이었지요.
그가 죽는 순간까지 손에 쥐고 있던건 시민을 위한 편지가 아니라, 단두대로 보낼 사람들의 명단(살생부)이었답니다.
마라를 찌른 암살자 '샤를로트 코르데'는 그림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비드가 그녀의 존재를 지워버렸기 때문이죠.
그녀는 마라의 광기 어린 학살을 멈추기 위해 제 발로 찾아온 반대파 지지자였습니다. 재판장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10만 명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을 죽였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장폴 마라 암살 이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답니다.
축 늘어진 마라의 오른쪽 팔을 자세히 보세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바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에서 죽은 예수님의 팔 모양을 그대로 베껴온 것입니다.
다비드는 의도적으로 마라에게 '예수'의 이미지를 씌워, 프랑스 시민들이 그를 혁명의 신으로 숭배하게끔 유도했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아주 위험한 곳에 쓴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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