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망난 화가의 실수? 사실 다 계획이 있었다

에두아르 마네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1882

by 라희

1882년, 마네가 발표한 한 작품을 보고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평가들은 "마네가 늙더니 이제 원근법도 모르는군!"이라며 조롱했죠.


왜냐고요? 그림 속 인물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거든요.



에두아르 마네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1882


여인은 분명 정면을 보고 서 있는데, 뒤에 있는 거울 속 그녀의 뒷모습은 오른쪽으로 심하게 치우쳐 있습니다.


게다가 거울 속에는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여인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정작 그림 앞쪽에는 그 남자가 보이지 않네요? 이건 뭐, 도깨비라도 되는 걸까요?


이것 뭐에요;;


오늘은 마네의 마지막 대표작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의 숨은 진실을 설파하겠습니다!






거울 속 남자의 정체

사람들은 마네가 나이가 들어 잘못 그린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건 실수가 아닙니다. 마네는 의도적으로 남자를 없애고, 대신 그림을 보고 있는 '당신'을 그의 위치에 세워둔 것이지요.



저 남자는 바로 당신!


즉, 지금 이 그림을 보고 있는 여러분이 바로 거울 속에 비친 저 콧수염 난 남자이며, 이 여성에게 술(혹은 다른 것)을 주문하고 있는 손님이라는 뜻입니다. 마네는 관람객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만드려고 했던거에요.




슬픈 눈동자가 말하는 진실

이제 여인의 표정을 다시 보세요. 거울 속 술집은 화려하고 시끌벅적하지만, 정작 현실의 그녀는 공허하고 슬픈 눈으로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공허한 눈빛


당시 폴리베르제르 같은 유흥업소의 바텐더들은 술만 파는 게 아니었습니다. 암암리에 성매매도 함께 이루어졌죠. 카운터 위에 놓인 술병처럼 그녀 또한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으로 진열되어 있는 셈입니다.


술병과 함께 진열된 오렌지


인상파 회화에서 오렌지는 종종 '매춘'을 암시하는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마네는 그녀의 앞에 오렌지 바구니를 그림으로써, 이런 더러운 비밀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마네는 묻고 있습니다


당신 눈에는 화려한 파티만 보이나? 아니면 물건처럼 팔리고 있는 저 여인의 고단한 현실이 보이나?



화려한 술집과 대비되는 여성의 지친 표정



그림 속 이상한 거울은 늙은 마네의 어이없는 실수가 아니라, 화려한 파티 뒤에 숨겨진 도시의 우울함과 남성들의 욕망을 비추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 였던 겁니다.






[비하인드 컷] 왼쪽 구석에 매달린 '다리'를 찾아라!

그림 왼쪽 상단 구석을 아주 자세히 보세요. 초록색 신발을 신은 사람의 두 다리가 덜렁거리고 있습니다.


당시 이곳에서는 서커스 공연도 열렸는데, 공중곡예를 하는 곡예사의 다리만 살짝 그려넣은거에요. 마네는 죽기 직전, 자신이 사랑했던 파리의 가장 화려하고 혼란스러운 순간을 이 한 장의 그림에 모두 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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