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구한 그 날의 진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반 고흐 하면, 자기 귀를 자른 미친 화가라는 이미지를 떠올리실겁니다.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을 그린 자화상을 두점이나 남긴 탓일지도 모르지요.
고흐는 실제로 평생 불안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나름 자기객관화가 됐던건지, 말년엔 스스로 정신병원에 찾아가 입원하기도 했고요. 이런 고흐의 개인사를 아는 분들은 충분히 자기 귀를 자르는 미친 짓을 할만한 자다 라고 수긍할 수도 있지요.
독일의 미술사학자 한스 카우프만과 리타 빌데간스는 10년간의 연구 끝에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고흐의 귀를 자른 건 고흐 자신이 아니라 그의 동거인이었던 폴 고갱 이라는겁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888년 12월 23일 밤, 프랑스 아를의 노란 집에서 함께 살던 고갱과 고흐는 격한 말싸움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둘이 이렇게 싸운 건 이 날이 처음이 아니에요. 예술 공동체를 꿈꾸며 동거를 시작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고갱과 고흐는 정반대의 성향이었습니다. 특히나 고흐의 불안한 정신와 집착증세로, 고갱은 질릴대로 질려버린 상태였지요.
이 날도 역시 둘은 카페에서 술을 마시다 어디서 삔또가 상한건지 죽어라 싸우기 시작했다는데요, 고갱의 주장에 따르면 고흐가 자신에게 술잔을 던지며 위협하는 바람에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호텔에 가서 하룻밤을 잤다고 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를의 집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고흐가 발견된거죠.
그걸 신문지에 싸서 라셸이라는 창녀에게 건넸다는 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스토리입니다.
아마 고흐가 직접 한 이야기겠죠?
원래 정신도 온전치 않은 사람인데 술도 거하게 취했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절친이 싸우고 집을 나가버렸겠다, 홧김에 이런 짓을 했다는 고흐의 말에 경찰과 주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ㅁㅊㄴ..) 이라고 수긍했나봅니다.
당시 사건은 미친 고흐의 자해소동으로 일단락되었지만, 한 세기가 지난 후 현대의 학자들이 사실 범인은 고갱 이었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주장한 겁니다.
그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 고갱은 펜싱 선수급의 검술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아를의 집으로 이사 올때도 펜싱 장비 풀세트를 챙겨왔다.
• 사건 이후 고흐가 사용했다는 면도칼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 그리고 고갱의 펜싱 검도 사라졌다..?
• 아마도 말다툼 도중 고갱이 홧김에 자신의 펜싱검을 휘둘렀을거고, 거기에 잘못맞은 고흐의 귀가.. 그 사단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고흐는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진실을 함구했다는 거죠. 고갱 또한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고요.
흥미롭게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물리적 증거가 존재합니다(ㄷㄷ) 바로 고흐가 보낸 편지들입니다.
•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다행히 고갱에게는, 다른 살인 무기는 없었다"
• 고갱에게 쓴 편지에는 "자네는 조용히 하게, 나도 그럴 테니"
오늘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가설입니다. 그 날 사건현장에 있었던 당사자인 고갱과 고흐가 여기에 관해 끝내 함구했기 때문에, 진실을 알 방법은 없어졌지요.
과연 고흐의 귀를 가져간 괴도 루팡은 그의 절친 고갱이었을까요? 아니면 고흐 자신이었을까요?
판단은 여러분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