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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이 Dec 15. 2023

인간 동물원



 202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 제목은 '인간 동물원: 식민지 시대의 전시(Human Zoo: The age of colonial exhibitions)'였다. 한때 벨기에에서 성행했던 인간 동물원을 소개하고 인종 차별의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자는 취지였다. 전시회는 4달가량 열렸다. 


 인간 동물원은 벨기에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박람회는 이고로트족과 네그리토족 등 30여 개의 부족민들을 전시했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인종을 학문적으로 관찰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먹을 걸 던져주거나 니그로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곳에서 아프리카 토착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노출이 심한 전통 의상만을 입었다. 관객들이 먹을 걸 던져줄 때는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전투 장면을 재현하다 다칠 때도 있었다.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개를 먹는 의식을 치르던 이고로트족은 매일 개를 잡아먹었다. 충분한 음식과 물을 제공받지 못해 질병에 걸리거나 죽는 일도 흔했고,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시체는 연구용으로 해부되거나 박제되어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브룽크스 동물원에서도 인간 전시회가 큰 인기를 끌었고, 한 콩고 청년도 전시되었다. 키 150cm에 몸무게 45kg의, 피부가 검은 원숭이로. 벨기에군에게 가족을 잃고 노예 상인에게 팔린 피그미족 청년 오타 벵가는 그곳에서, 어린 침팬지를 안고 수백 명의 관광객 앞에 섰다. 흑인이 침팬지나 원숭이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동물 앞에서 먹을거리를 던져주며 환호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 하자 야유와 욕설을 내뱉는 사람도 있었다. 


 오타 벵가가 처음 전시됐던 박람회의 이름은 '진화가 덜 된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인간 동물원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자, 오타 벵가도 구조되었다. 이후 그는 교육을 받고 담배공장에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벵가는 향수병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1916년에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그는 자살하기 전, 피그미족 전통 의식을 치렀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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