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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이 Jan 10. 2024

당신이 달려야 하는 이유


만약 하루 30분을 투자해서 머리가 좋아지고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다. 매일 30분씩 꾸준히 하기만 하면 된다. 어렵지도 않다. 만약 이 일을 평생 하기만 하면, 당신은 10년을 더 오래 살 수 있고,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으며, 천천히 늙는다. 하겠는가?


 하겠다면, 당장 한강으로 나가보자. 아니면 옷걸이가 된 애물단지인 러닝 머신도 좋고, 헬스장에 있는 유산소 머신도 괜찮다. 그리고 달려보자. 숨이 턱 밑까지 찰 만큼 빨리 달리는 것은 원하지도 않는다. 빠르게 걷는 정도의 속도면 된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튼 뒤에, 30분만 더 일찍 일어나서 뛰어보자. 걷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느리게 뛰어도 된다. 그럼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티셔츠를 살짝 적실 정도의 땀이 흐르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사실 그게 효과가 더 좋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겠지만, 매일, 적어도 주에 3~4번 뛴다면 인생은 달라진다.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다. 과학이 말하는 진실이다. 변화는 느리게, 하지만 확실히 시작된다. 


 달리기를 하면 숨이 찬다. 그럼 호흡이 늘면서 더 많은 혈액을 몸에 받아들인다. 심장의 혈액 운반 능력이 좋아지고, 혈액 속의 산소 농도가 높아진다. 일상에서의 심박수가 줄어든다. 교감 신경이 안정되면서 매사에 침착하고 평온해진다. 모세혈관 밀도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산소와 영양을 받아들인다. 염증이 줄고 면역력이 향상된다. 근육에 쌓인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피로와 노화를 유발하는 활성 산소가 제거된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 양이 증가함에 따라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엔 인슐린 민감도가 증가하며 당뇨가 개선된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감소한다. 골밀도와 인대, 연골이 강해진다. 하체 근육이 강해짐에 따라 남성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고, 자신감이 증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달리기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우울증이다. 학자들이 중증 우울증 환자들을 다른 그룹으로 나뉘어 실험했더니, 달리기를 한 환자들의 우울증이 가장 크게 개선되었다. 우울증 약을 먹은 환자 그룹보다도 효과가 좋았다.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편도체의 과활성화다. 편도체는 불안과 공포에 관여하는 뇌의 부위다. 생명체에 필수적이지만, 너무 잘 작동하면 문제가 된다. 우울증 환자의 뇌는 담배 연기만 맡아도 작동하는 화재경보기와 비슷하다. 편도체가 남들보다 더 크고 너무 민감해서, 사소한 일에도 좌절과 불안,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또한 지나치게 많이 분비된다. 높아진 코르티솔 수치는 다시 편도체를 자극한다. 그렇게 악순환에 빠진다. 


 달리기는 편도체의 민감도를 낮춰 정상 수치로 되돌려주고, 뇌를 차분하게 하는 GABA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엔도르핀을 마구 내뿜게 만든다. 전두엽과 해마를 강화시켜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향상한다. 도파민을 분비시켜 집중력이 향상된다. ADHD 환자를 치료한다. 기적의 물질이라 불리는 BDNF를 발생시켜 뇌세포를 생성하고 보호하고 연결시킨다. 


 달리기는 어떻게 뇌를 변화시키는 걸까. 항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신체는 더우면 시원한 것을 찾고, 추우면 따듯한 것을 찾는다. 뇌 또한 고통과 쾌락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를 좋아한다. 우리가 쉽고 빠르게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것들, 폭식이나 게임 같은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를 찾아다니면, 그 순간은 즐겁지만 이내 기분이 나빠지는 것 역시 항상성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 뇌는 고통을 견디기 위해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행복 호르몬을 마구 내뿜어내 우리 몸을 준비시킨다. 역설적이지만, 진실이다. 고통이 클수록, 뒤이어 강한 쾌락이 뒤따르는 것이다. 떡볶이나 유튜브 따위와 비교될 수 없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진정한 행복 말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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