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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이 Nov 08. 2023

100번째 원숭이 효과

누가 변화를 이끄는가



 일본 코시마 섬에는 야생 원숭이들이 산다. 


 그들은 조금 특별하다. 연구자들에게 고구마를 배급받으면, 그 자리에서 먹지 않는다. 각자 고구마를 들고, 오솔길을 따라 숲에서 바다까지 먼 거리를 종종걸음으로 걸어간다. 파도가 굽이치는 얕은 백사장에 도착하면, 이미 씻겨진 고구마를 다시 한번 바닷물에 씻는다. 강박적으로 깔끔 떠는 원숭이들만 모여서일까? 아니다. 소금 간을 한 고구마를 먹기 위해서다. 


 그 시작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간다. 


 1953년, 연구자들이 먹을 걸 나눠줄 때는 씻어서 나오는 고구마가 없었다. 하지만 이모라는 어린 원숭이가 흙 묻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 먹는 법을 발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모의 친구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4주 뒤엔 이모의 엄마도 딸에게 배웠다. 10년 후에는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는 관행이 코시마 섬의 모든 원숭이에게 자리 잡았다. 게다가 이모의 후손들은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는 레시피까지 창조해 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모는 모래사장에 뿌려진 밀을 먹는 법도 발견해 냈다. 모래를 뿌리면 밀이 먼저 가라앉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재빠르게 손을 훑으면 맛있는 밀만 건져먹을 수 있다. 이 기술 역시 이모가 발명하고 전수한 특별한 기술이다. 오직 코시마 섬의 원숭이만이 짭조름한 고구마와 밀을 먹을 수 있는 건, 발명왕 이모 덕분이다. 


 이렇게 천재 한 명이 변화를 이끄는 현상을 가리켜, 100번째 원숭이 효과(The Hundredth Monkey Phenomenon)라고 한다. 변화에 저항하던 나이 든 원숭이들도 결국 100명의 동조자 앞에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일단 변화의 임계점을 돌파하자, 고구마 씻어먹기가 대세와 유행이 된 것이다. 


어쩔 때는 한 명의 천재가, 모두를 먹여 살릴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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