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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이 Nov 09. 2023

동물에게도 문화가 존재할까?

침팬지가 귀에 풀을 꽂고 다니는 이유  


 잠비아의 침팬지 보호구역에 가 보면, 침팬지들이 저마다 귀에 풀을 꽂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암컷 침팬지가 귀에다 풀을 꽂은 걸 보자, 다른 침팬지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몇몇은 새로운 스타일을 개발해 냈다. 패션에 대한 욕망은, 유인원 모두가 공유하는 것 같다.  




 동물에게도 문화가 존재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아니라 답할 것이다. 문화란 지구에서 유일한 지적 생명체인 인간에게만 가능한 거니까.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역시 "문화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다"라고 말하며,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명확히 그어놓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카푸친원숭이라 부르는 꼬리감는원숭이는 직접 제작한 석기로 딱딱한 야자나무 열매를 깨 부드러운 속살을 파먹는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형제의 기술을 보고 연마하지만, 처음엔 실패할 때도 많다. 기술은 대대손손 전해지고 특정 집단에게만 전파된다. 그래서 다른 카푸친 무리와는 섭취하는 칼로리부터 큰 차이가 난다. 학자들은 이미 3천 년 전부터 카푸친이 석기시대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카푸친 몽키엔스라 부르는 신인류가 비행기를 몰고, 호모 사피엔스와의 체스 대결에서 승리하고, 그들과 우리가 지구의 마지막 남은 자원을 걸고 전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문화를 세련된 취미, 지성, 특정 가치관이나 도덕적 원칙 등 좁은 의미로 정의해서 어떻게든 침팬지나 카푸친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생물학의 시각에서 보면, 문화란 기술적인 수준이나 가치 체계가 아니다. 유전에 의존하지 않는 행동 전달의 한 형태이다. 침팬지가 터번을 쓰거나 무릎을 꿇고 기도하지 않는다고 그들이 문화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단정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 정보의 전달이나 방식 면에서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사회적 동물이라면 당연히 문화도 존재하지 않을까?



 문화의 기원은 모방에 있다. 그렇다면 문화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게 된다. 뉴기니에 서식하는 어린 집짓기새는 어른 새에게서 둥지의 레이아웃이나 인테리어를 배운다. 지역마다 둥지의 색이나 배치도 다르다. 특정 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한다. 


 어린 원숭이 또한 다 자란 원숭이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데,  그들의 사회적 기술과 인생 노하우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네 살 어린이들이 동성의 형제나 친척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동물은 학습과 경험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인간에게 길러진 어린 원숭이들은 자연으로 돌아가면 굶어 죽는다. 새들 역시 지저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흰머리참새는 새끼 때 같은 종의 어른이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베트남원숭이는 독수리나 뱀 등 포식자 종류에 따라 다른 경계음을 사용한다. 처음엔 자주 틀리기 때문에, 다른 원숭이들은 새끼의 경계음을 무시하기도 한다. 부모 까마귀가 쓰레기장에서 맛있는 먹이를 찾으면, 새끼도 같은 장소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이렇듯, 사회적 동물은 본능에 지배받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고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면 그들은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마치 우리처럼. 




※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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