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좀 멋진걸
2021.8.16
운동 7주 2일 차
자기혐오와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가 뿌듯함으로 끝낸 날. 어제 밤에 갑자기 식욕이 폭발해 버렸다. 자제하지 못 했고 피자, 크림파스타, 치킨, 짜파게티, 불닭볶음면, 초콜릿 케이크를 먹었다. 게다가 와인까지 마셨다. 알코올과 탄수화물의 향연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먹을 수가 있지... 지금 생각해도 참 나 스스로가 혐오스럽다. 다시는 그러지 말고 정신 차리자!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온몸이 퉁퉁 부어있었다. 숙취와 무거운 몸 때문에 그냥 다시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의 죄(?)를 씻어내기 위해 이 악물고 일어나서 운동을 했다.
사실 숙취와 무거움 때문에 오늘 운동에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세운 목표를 해내버렸다! 아니, 그보다 더 했다! 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오늘의 목표였던 안 멈추고 10바퀴씩 달리기 3세트를 넘어서 4세트 달렸다. 처음 10바퀴를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에 성공했을 때는 10바퀴 달리고 기진맥진해서 계속 걸었는데 걷지 않고 달리기를 4세트를 해냈다. 정말 사람의 몸과 능력은 신기하다.
목표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지금 나의 달리기에 가장 큰 목표는 10km를 한 시간 안에 달리기이다. 10일 전에 처음으로 10km 넘게 달리기를 했고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20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약 10km를 달렸고 1시간 10분 걸렸다. 그저 10바퀴씩 멈추지 않는 것만 노렸는데 큰 목표에도 한층 가까워졌다. 이제 약 10분만 단축시키면, 1시간에 10km 달리기라는 큰 목표도 이룰 수 있게 된다. 두근두근 설렌다. 내일부터 약 1~2주일을 격한 운동을 쉬어야 하는데, 내 몸이 지금의 에너지와 자세를 잊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 함께한 나이키 런 가이드는 15 Minute Headstarts. 약 100초에 한 번씩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가이드이다. 역시나 긍정에너지 가득 주는 내용들이 한가득이다. 몇 가지 기억나는 내용만 기록해 본다.
You are always good enough to get better. Just start.
더 나아지기 위해 시작만 하면 된다.
현재 건강하지 않아서, 몸매가 안 예뻐서 등등은 중요하지 않고 더 나아지고 싶다는 그 마음자체로도 충분하다는 내용이다. 듣고 나서 뭔가 고마워졌다.
Sometimes even easy isn't easy.
가끔은 쉬운 것도 안 쉬울 수 있다.
달리기 초반에 여유롭게 달리는 것은 쉽지만 그 달리기의 시작은 쉽지 않다는 그런 내용이다.
오늘 아침의 내가 떠오르면서 너무 공감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Perseverance is not about believing that you can win.
인내심은 이길 수 있다고(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다.
It's about believing that you won't give up when you lose.
졌을 때도 포기하지 않는다. 절대 포기는 하지 말자!
Measure success as many ways as you can. Starting a run is a success too.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성공을 측정하자.
많은 방법으로 성공을 측정하라는 내용은 그동안 나이키 가이드에서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것 자체도 그 성공 중 하나였다니,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고, 긍정에 한계는 없구나라는 것을 또 배웠다.
힘들게 출발했지만 오늘의 목표를 넘어섰고 새로운 기록을 세운 날이다. 절대, 다시는 어제처럼 식욕폭발하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다시 나를 추스른다. 어제의 나는 정말 별로였지만 오늘의 나는 좀 멋지니까! 어제는 잊고, 앞으로도 멋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