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고 싶지 않아
2021.9.17
운동 11주 차 4일째
건강검진을 뿌듯하게 마치고 2일간 정말 돼지로운 삶을 살았다. 먹고 마시고 밤에 자기 전에 소화제의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 몸이 부대끼는 게 느껴질 만큼 배 속에 음식을 넣었다. 이제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이미 무거워진 몸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나이키 런 가이드는 Don't Wanna Run Run.(달리기를 하고 싶지 않아.) 가이드로 선택했다. 예전에 한 번 들었던 가이드이지만 그때는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을 때여서 와닿지 않았다. 같은 내용의 가이드인데도 오늘은 아주 많이 와닿았다. 사람 마음이란 참 갈대 같구나 싶었다.
Unmotivated.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Lack of inspiration
영감이 부족하다.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표현한 말들만 나오는지 신기했다.
달리기를 하기 싫은 때 해결책으로 가이드 속 코치가 제시해 준 첫 액션은 Unload negativity (부정적인 생각을 뱉어내기).
오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부정적인 생각은 졸리고 힘들다였다. 가이드의 지시대로 소리 내어 외쳤다.
"힘들다! 졸리다! 자고 싶다!!!"
속이 좀 시원해지긴 했지만 힘듦이 사라지진 않았다.
힘겹게 달리기를 유지(?)하며 가이드와 함께 25분을 달렸다. 하지만 가이드가 끝나고 혼자 달리려니 또 기운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힘든 느낌에 집중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달리기 할 때 TV를 보면 시간이 잘 간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넷플릭스어플을 켜고 오디오드라마처럼 들으면서 달려보았다. 하지만 실패. 계속 듣다 보니 앉아서 드라마를 보고 싶어져 버렸다.
그래도 한 시간을 달리겠다는 의지로 최종 처방을 내렸다. 동기부여의 최종처방은 '데드마우스'라는 DJ의 음악을 듣는 것. 나에겐 데드마우스의 음악은 삶에 있어 최고의 동기부여가 된다.
우여곡절, 억지로 달린 것처럼 한 시간을 보낸 것 치고는 기록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고생했다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