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를 수 있을까?
평생이고 싶다.
오빠, 사랑해
오빠, 잘 자요
"오빠"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8년 간 현재의 남편을 불러온 호칭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단순히 나보다 연상이어서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오빠라는 호칭과 함께 존댓말을 썼다. 연애를 시작하고 어색함이 사라질 때 즈음 애칭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마땅한 애칭을 찾지 못했다. 다른 연인들은 봉봉, 초코, 해님, 달님, 자기, 여보 등 다양하게도 사용하던데 나는 오로지 오빠라는 호칭 하나를 사용해왔다. '자기'라는 호칭을 사용해 봤지만 성격 상 낯간지러워서 한 번 부르고 금세 포기했다. 오빠는 나를 이름으로 불렀었고 나는 내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좋았다.
"여보"
결혼을 하고 나서는 여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생전 처음 입에서 꺼내보는 말이 너무나 어색했다. 정말 꼭 여보라는 호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싶었다. 어른들 앞에서는 여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했지만 다행히 시부모님께서는 부부 사이에 편한 게 좋은 거라며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결혼 5년 차인 지금도 나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른다. 얼마 전에 남편을 왜 오빠라고 부르는지 근친상간 같다는 사람도 봤지만 세상은 넓고 사람마다의 생각은 다 다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결혼식>, 출처 : PIXABAY
주변 사람들한테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나는 오빠, 혹은 오빠님이라는 나름 나만의 호칭을 사용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처음에는 헷갈려하지만 나와 인연을 일정 기간 이어 온 사람이라면 이제 남편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가끔 결혼 한 지 5년 차인데도 오빠라고 부른다고 닭살부부라며 얄밉다고들 하는데 그런 반응들도 오빠라는 호칭을 유지하고 싶은 데 한몫하는 듯하다. 남편이라는 낱말도 글자 그대로 '남의 편'인 것 같아서 사용하지 않았는데, 브런치에 정식으로 글을 쓰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양가 부모님도, 지인들도 그러려니 하며 인정해줬던 '오빠'라는 호칭이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주말, 거실에서 변신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아들과 놀고 있었다. 자동차였던 장난감을 로봇으로 변신시키는 것 까지는 성공했는데, 다시 원래 자동차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분명 사람 형태로 만드는 과정을 역순으로 기억해내며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자동차 앞에 주먹 2개가 삐져나와버린 괴이한 형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집안에 여자 형제만 있던 나는 살면서 변신로봇을 한 번도 조립해 본 적이 없다. 사실 변신로봇이라는 장난감 자체를 만져본 것도 이 날 처음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해 남편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오빠! 도움이 필요해요!"
"오빠?"
"...?"
"오빠!!"
그런데 답변으로 예상한 목소리와 대답이 아닌 엉뚱한 목소리와 말이 들렸고, 남편과 나는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웃음보가 터져버렸다.
"흐흐흐, 오빠... 방금 들었어?"
"크흡, 흡, 응, 들었어"
못 들었을 리가 없을 만큼 우렁찬 외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내 귀를 의심하며 한번 더 물었고, 남편은 웃음을 참으며 겨우 대답을 했다.
"아들! 네가 아빠를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지~!"
이제 한창 말문이 트여서 내가 하는 말들을 따라 하기 시작한 아이가 내가 오빠를 부르는 소리를 따라한 것이다. 딱히 가르쳐 준 적도 없는 나와 남편의 언어들이 4살 된 아들의 입에서 나오는 요즘이었다. 아이 앞에서는 찬물도 조심해서 마시라는 옛말을 실감하며 신기해하고 대화가 가능해지는 과정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웃음이 터지면서도 갑자기 고민이 든 상황은 처음이었다. 엄마는 아빠를 오빠라고 불러도, 아들은 아빠라고 불러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들의 말문이 트이고 나서 새로운 표현들을 구사할 때마다 양가 부모님께 소식을 전하며 성장의 신비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소식도 전할 겸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한번 더 하고자 함이다. 이번 '오빠 에피소드' 소식을 전하며 나와 달리 아들은 '아빠'라는 호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를 여쭤보았고, 이런 에피소드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OO엄마, OO아빠라는 호칭들을 사용하기 시작하게 된다는 답을 들었다.
나는 나 스스로가 OO엄마, OO어머님이라고 불리는 것도 아직 어색하다. 나 스스로도 적응이 되지 않은 이 호칭을 내가 사용할 수 있을까. 다행히 그날 하루 해프닝이 있었을 뿐, 아이는 아직까지 아빠를 아빠라고 제대로 부른다. 나는 아직 나의 오빠를 OO아빠라고 부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실 오빠라고 평생 부르고 싶다. 부모님 세대 부부 중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부부를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장성한 아들이 있지만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노부부가 되는 미래를 꿈꿔본다.
#여쭤봅니다.
독자님들은 어떤 애칭을 주로 사용하시나요,
결혼하고 나서도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언제까지 오빠라고 부르고 싶으신가요?
오빠라고 부르다가 호칭이 바뀌신 경우가 있다면 어떤 계기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