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을 정말 믿으시나요?

by 루테씨

나와 그이는 8년 차 연인이자, 6년 차 부부이다. 흔히 말하는 '헌팅'으로 인연은 시작되었고, 만난 지 3일 만에 연인이 되었다. 서로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알아가기 위해 시작한 관계였다. 감사하게도 우리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성격과 취향이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그의 가치관마저 나와 같았다. 많이 닮은 취향 덕분에 결혼을 하고서도 연애할 때와 비슷하게 지내고 있다.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닮아간다는 말이 있듯 좋아하는 것들도 비슷해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천생연분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평생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사랑을 기반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맞춰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같은 날에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맞춰지는 것일까. 요즘 신기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


'바다 보러 가고 싶다.'

회사에서 일이 바빠지던 어느 날이었다. 지친 마음을 담아 일기장에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적었다. 그리고 이 일기장은 회사에 두고 퇴근했다. 그런데 딱 다음 날 그이가 물었다.

"바다 보러 갈까?"

소름이 돋았다. 내 일기장은 분명 회사에 있는데, 내 마음이 읽히나, 그이에게 회사에서의 내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있나 싶었다. 갑자기 바다이야기를 꺼내는 그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냥 문득, 바다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덴다. 그렇게 우리는 바다여행을 떠났고, 1박 2일동안 신나게 놀다 왔다.


"마라탕 먹고 싶다."

퇴근하고 저녁 메뉴를 정하다가 그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이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는 못 하지만 종종 찾는다. 특히 마라탕이나 똠얌꿍 등 특유의 향이 있는 매운 음식들을 찾곤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은 블로그에 내가 마라탕 집 후기를 적은 날이었다. 회사 근처의 마라탕 집에 갔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기록을 남긴 날이었다.


"덕후라는 말이 나쁜 말인가?"

침대에서 뒹굴뒹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자의 SNS를 보며 여유를 부리는 중 갑자기 그이가 덕후라는 낱말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답을 바라는 질문이라기보단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나는 또 깜짝 놀랐다. 바로 그 날이 내가 덕후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발행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출처 : 픽사베이


그 이는 내 블로그나 브런치 주소를 모른다. 내 일기장을 보게 될 일은 더더욱이나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천생연분이니 텔레파시니 그런 비현실적인 말들을 믿지 않는 나인데도 반복되는 이런 상황들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말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나의 상식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분명 오랜시간 함께한 사람과 생각이 같았던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단순히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놀라운 일들도 있을 것이다. 생각과 감정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지금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연관된 글


▶마라탕 집 후기(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wannabeblog/222437389673


▶덕후가 되고 싶다 (브런치)

https://brunch.co.kr/@gypsysoul/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