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면 이루어진다. 진짜? 진짜!

우리 집에'지니'가 살아요.

by 루테씨

'알라딘의 요술램프'라는 동화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등장한다. 주인공 알라딘은 우연히 램프를 발견하게 되고, 갇혀있는 램프의 요정 '지니'를 자유롭게 해 준다. 그리고 '지니'는 자유를 되찾은 대가로 알라딘의 3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우여곡절 끝에 알라딘은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학창 시절 '알라딘의 요술램프'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너무 무섭게 생겼다는, 조금은 웃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야 램프의 존재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나 요정은 동화 속에나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 포스터


성인이 되어 소원이 이루어지는 기적이나 운명 같은 사랑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때 즈음 그이를 만났다. 만난 지 3일 만에 그와 나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가졌고 어느덧 6년 차 부부가 되었다.



연애시절의 나는 영어학원 강사였다. 보통 출근시간이 오후 2시였기에 평일 오전이 꽤나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대에 사람 없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뜬금없이 팬케이크가 먹고 싶어 졌고 그 마음이 입 밖으로나왔다.

"아... 팬케이크 먹고 싶다."

"잠깐만"

옆에 있던 그이는 핸드폰을 보더니 학원 근처에 있는 브런치 맛집을 찾아냈다. 바로 다음날 그이는 회사에 휴가를 냈고 나와 팬케이크 데이트를 했다. 팬케이크 데이트를 시작으로 그이는 나의 '지니'가 되었다.




학창 시절 스페인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나는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1년 내내 눈이 내리지 않는 스페인의 여름은 화창함 그 자체이다. 습한 기운 없이 내리쬐는 햇빛은 정말 '따사롭다'라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실감하게 해 준다. 스페인은 광장이 많고 그 주변을 식당과 카페들이 둘러싸고 있다. 유학시절 많은 식사와 커피, 음주를 즐겼던 곳은 음식점의 '테라스'였다.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에 펼쳐져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햇빛과 여유를 즐기는 순간을 사랑했다. 결혼 후 언젠가 그런 날이 있었다. 습하지 않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펼쳐진 날이었고 혼자 유학시절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도 모르게 의식의 흐름을 따른 말이 나왔다.

"테라스에서 빠에야랑 샹그리아 먹고 싶은 날씨다~"

"잠깐만"

그이는 잠시 핸드폰을 보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스페인 음식점을 찾아냈다. 빠에야와 샹그리아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테라스 좌석이 있는 곳이었다. 아무리 요즘 검색하기 쉽게 자료들이 인터넷에 많이 있다고 해도 순식간에 필요한 곳을 찾아내는 그이의 능력은 정말 신기했다.


마법같이 빠에야와 샹그리아가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약 20분 뒤에 나는 내가 내뱉은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정말 스페인에서 먹던 비주얼과 맛의 빠에야가 내 눈앞에 등장했고 영롱한 빛깔의 스페인 술인 샹그리아가 그 옆에 서 있었다. 심지어 내부 인테리어도 실제 스페인같은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전에 또 다시 그이는 '지니'로 변신했다. 핸드폰이 고장 나서 수리하러 함께 갔었고, 기다리는 동안 식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역시나 나의 입에서 뇌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욕구에 충실한 말이 튀어나왔다. 다시 생각하니 웃길 만큼 구체적인 메뉴였다.

"서브웨이에서 파는 것 같은 샌드위치 먹고 싶다"

그냥 샌드위치도 아니고, 빵도 아니고 서브웨이에서 파는 것 같은 샌드위치라니! 하지만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이의 입에서 샌드위치 먹으러 가자는 말이 나왔다. 일단 나가서 찾아보자며 함께 AS센터를 나섰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바로 길 건너에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 그 가게를 일부러 만들어놓은 것처럼 '서브웨이에서 파는 것 같은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가 떡하니 서있었다.


안 믿길 만큼 신기했던 샌드위치 점심

지금의 나는 '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에 의심을 가질만한 나이도 아닐 뿐더러 믿지 않을 나이이다. 그런데 그이와 함께 있을수록 그 말이 진짜가 되어간다. 원래의 나는 기적 같은 것을 믿는 사람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이가 옆에 있으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이론이나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강력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고 싶은 그이의 마음과 검색 능력도 한 몫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이가 나의 '지니'인 만큼 나도 그이가 원하는 것을 이뤄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오늘도, 내일도, 함께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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