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머리 엄마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by 루테씨

수근수근... 소곤소곤...

한번 겪게 되면 쉽게 무시하기 힘들어지는 뒷담화와 타인의 시선들. 내 인생은 분명 내 것인데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정말 어렵다.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정한 나이가 되거나 특정 직업을 갖게 되거나 어떤 자리에 오르게 되면, 꼭 해야 할 혹은 하면 안 될 것만 같은 사항들이 생긴다. 하지만 정말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정말 꼭 해야 하는 것 일까, 꼭 하면 안 되는 것 일까.


"아줌마, 아줌마 연예인이에요?"


햇살 좋은 주말, 아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들려온 질문.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서 있었다.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 찬 그 눈빛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건 미안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법.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대화의 끝을 예상한 나의 생각과 달리 두 번째 질문이 날아왔다.

"그럼 아줌마 머리카락은 왜 파란색이에요?"


그 아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게 했던 건 파란색의 머리카락이었던 것. 보통 검은색 아니면 갈색이었던 엄마들 사이에 애쉬 계열도 아니고 새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내가 아이의 눈에는 연예인처럼 보였던 것이다.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아이의 질문 하나였지만 그 순간 시선이 모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아이만 궁금했겠는가. 다른 아이들도, 함께 놀이터에 있는 어른들도 내심 궁금했을 것이다. 보통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놀이터에서 만나면 "아이 몇 살이에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동질감을 느끼고 대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동질감 단계에 들어가기 전 나는 약간의 경계의 눈빛을 겪어야 했다. 아마도 새파랬던 머리카락이 거기에 한몫하지 않았나 예상한다.

파란색으로 염색했을 때의 나 (2020년 6월)

그 당시, 나의 머리카락은 정말 새파란색이었다. 미용경력 12년 차라는 미용실 원장님마저도 처음 보는 색이라며 사진으로 남기셨을 정도였다. 독특하고 신기한 것에 대해 스스럼없이 던진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떤 대답을 해주어야 할까, 연예인 준비 중이라고 해줘야 하나, 나의 머리카락 색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정당화해야 하는 걸까, 특이한 병에 걸렸다고 장난 좀 쳐볼까. 단시간 생각 회로를 돌린 후 나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아줌마가 파란색을 좋아하거든!"


뭔가 특별한 이유를 기대했던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나는 파란색이 정말 좋고 그 당시 파란색으로 염색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파란색 물이 다 빠져 백발 같은 색이 되었지만 상한 머리카락을 다 잘라내고 나면 다시 파란색 염색을 하고 싶다. 나이가 몇 살이 되든,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나의 모습을 보았을 때 기분이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은? 위의 명언은 자신감의 상징인 마릴린 먼로의 명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이다. 이 명언을 접하기 전까지의 나는 그 시선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무시할 수 있는지만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눈치를 조금이라도 덜 볼 수 있을지만을 고민했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타인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내 삶과 내 행복과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답이었다. 나는 나의 매일을 살고 내 행복을 찾아가며 나 스스로를 신경 쓰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신경 쓴다는 건 호기심, 호감 아니면 질투인 것이다.



엄마인데 머리카락이 파란색이면 철이 없거나, 날라리이거나, 엄마다운 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답지 못 할 거라는 타인의 판단과 시선을 겪게 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내 아이를 사랑하고 또 그만큼 나와 내 가족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타인의 시선보다 내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과 내 기분이 좋은 것이 더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

나를 조금만 더 사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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