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외친다. 조절하라고
2021.8.11
운동 6주 차 3일째
어제 10km를 달리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25분. 오늘은 야심 차게 1시간 안에 10km 달리기를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10km는 커녕 7km도 못 달렸다. 단순히 나의 달리기 실력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평소보다 무리했던 내 몸을 나 스스로가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 10km가 넘게 오래 달려놓고 마무리 스트레칭과 근육 풀어주기도 안 했다. 하루 무리했으면 하루는 쉬엄쉬엄 Recovery run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욕심을 부린 대가였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 나의 이야기랄까. 운동을 시작하고 30분을 신나고 빠르게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왼쪽 허벅지가 아프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라면 미련곰탱이처럼(곰돌이는 귀엽기라도 하지!) 고통은 참아야 한다며 운동을 이어갔겠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허벅지 쓸림 부상과 발바닥 물집 부상을 겪고 얻은 귀한 깨달음이다. 허벅지가 아파서 속도를 줄여서 달리다 보니 이어서 왼쪽 무릎이 아파왔다. 더 이상 달리면 안 될 것 같아서 걷기로 변경했다. 걷다 보니 허벅지랑 무릎은 괜찮아졌는데 왼쪽 발목이 아파오고 이어서 발바닥까지 아파왔다. 어제 10km 달리고 몸을 풀어주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한 시간 채우고 싶어서 걷다가 조금씩 뜀박질(달리기라고 표현하기에는 민망한)을 해보는데 이어서 오른쪽 무릎이랑 발목까지 아파왔다. 결국 오늘의 달리기는 포기하고 걸었다. 거의 30분을 걷고 뜀박질했는데도 전체 평균 속도가 9.17이 기록되었다. 초반 30분을 내가 얼마나 무식하게 달렸는지 드러나는 숫자다. 반성한다.
다이내믹하게 통증을 느끼면서 운동을 하는 와중에 오늘 내가 선택한 나이키런가이드는 Another Thank You Run. 어제의 Thank You Run 가이드가 마음에 들었기에 선택한 가이드이다. 역시나 첫 시작은 You need to be thankful for yourself, your ability and your experiences. 라며 스스로에 대해 고마워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People who made your life easier.(삶을 조금 수월하게 만들어 준 사람들)에 대해 고마움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Kids make my life easier.라고 코치가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맨날 육아는 힘들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듣다가 긍정적인 이야기 들으니까 좋았다. 육아하는 입장에서 위로도 되는 듯했다. 역시 긍정이 최고다.
이어서 살면서 도움을 준 사람들의 고마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거창한 도움만 생각했었는데 나이키 런 가이드에서는 나오는 예시는 나에게 깨달음과 부끄러움을 줬다. '손에 커피를 가득 들었을 때 문을 잡아준 사람'이라는 예시였다. 소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세상에는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다만 내가 인지하지 못 했을 뿐!
도움 준 사람에 이어 뜬금없이 '영화'이야기가 나온다. 어제 가이드의 '음식'처럼 이 가이드가 너무 심각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획이라 추측해 본다. 안 가본 곳을 상상할 수 있게 하거나, 여러 감정을 겪게 해 준 '영화'라는 존재에 고마워하자는 이야기와 함께 A movie that is tattooed on you.라는 표현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참신하고 인상적인 영어표현이라 기록하는 문장이다. 당신에게 타투가 된 영화라니, 마음 깊이 새겨진 영화라는 의미이다. 단순히 가장 좋아한다거나 인상 깊은 영화라는 표현보다 확 와닿는다.
영화 다음으로 조언을 준 사람들, 함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Running buddies), 스포츠에 대한 고마움에 이어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에 대해 고마워하자는 내용이 나온다. 목표일 수도 있고 꿈일 수도 있는 그것이 동기부여와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 목표는 1시간 안에 10km 달리기이다.
가이드의 마지막 고마움은 Be thankful for your body. Thank every part of your body. 스스로의 몸에 대한 고마움이다. 현재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인정(embrace)하고 아껴줘야 변화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가이드를 따라 쑥스럽고 어색하지만 내 몸에게 고마움을 표현해 본다.
"주인 잘 못 만나서 고생한 내 몸아 고마워, 미안해...
이번주는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을게...!
언젠가는... 1시간 안에 10km 달리기 할 수 있겠지...?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