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에 감사하나요
2021.8.10
운동 6주 차 2일째
최악의 몸상태로 운동을 시작해서 최고로 즐겁게 운동을 마친 날이다.
매달 여자의 숙명인 대자연이 시작된 지 둘째 날인 오늘, 몸이 안 좋아서 회사휴가까지 고민했던 그런 날이다. 아침에도 일어나서 운동을 할까 말까 엄청 고민했다. 찝찝한 몸상태에 땀까지 나면 최악의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 같았다. 하지만 왜인지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음악도 평소에 듣던 파이팅 넘치는 음악이 아니라 '휴양지에 온 듯한 바이브'라고 설명되어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택했다. 나른 나른한 음악과 함께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대 반전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운동한 것 중에 가장 오래, 가장 멀리 달렸다. 심지어 평균 속도도 마음에 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오늘의 날씨 덕분에 멋지게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제 비가 왔어서인지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달리고 또 달렸다. 이 순간의 날씨와 바람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아까운 느낌마저 들었다. 이렇게 여름이 끝나는 걸까. 이대로 가을이 오면 정말 달리기를 즐기게 될 것 같다. 시원한 바람과 나른한 바이브의 음악에 취해 신나는 듯, 몽롱한 듯 달리다 보니 어느덧 10km가 넘었다. 운동하는데 날씨의 영향이 이렇게 엄청난 거였다니.
오늘은 Thank You Run이라는 나이키런 가이드와 함께했다. 요즘 '고마워, 감사합니다'라는 말의 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의 눈에 제목부터가 띄었다.
Thank yourself. You are the one who started the run.
(스스로에게 고마워하자,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다)
Say thank you. Say it out now. I'm not asking you to do it. Express it.
(고맙다고 말하세요. 지금 말하세요. 표현하세요)
운동을 시작한 나 스스로에게 감사하라는 말로 가이드는 시작된다. 그냥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고맙다고 소리 내어 말하라고 강력하게 시작된다.
두 번째로는 People that helped you start running에 대해 나온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에게는 한달어스동료분들과 오빠다. 그동안 고맙다고 말은 했었지만 다시 한번 또 적어야겠다. 정말 어릴 적부터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기에 달리기는 나한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큰 덩치인 내가 달리기를 하면 누군가가 비웃을 거라는 생각에 시작도 못 했다. 정말 편견 없이 모두의 성장을 응원하는 한 달 어스가 아니었다면 달리기와 나는 평생 남이었을 것이다.
세 번째로는 People who works behind the scenes라며 화장실에 휴지를 채워놓으시는 분들, 마라톤에서 물을 나눠주시는 분들이 언급된다. 뒤에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 노력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자는 이야기. 정말 많은 직업군이 떠오르며 새삼 감사함과 함께 그 도움들을 잊지 말자 생각했다.
다음으로는 정. 말. 뜬금없게 Spaghetti와 meatballs에 대한 감사가 나온다. 이 나이키 가이드의 코치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며 기분 좋게 해주는 음식을 이야기한다.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음식을 생각해 보았다. 당연 고기와 레드와인이다. 요즘엔 아보카도가 추가되었다.
혼자서도 잘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달리기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들(운동화, 이어폰, 물, 음악 등), 달릴 수 있는 장소, 좋아하는 곳, 더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자는 이야기에 이어서 Thank You Run 가이드를 만들 것을 추천해 준코치의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가 나온다. 이렇게 적다 보니 감동적이고 긍정적인 가이드 덕분에 오늘 나의 운동이 즐거웠던 같기도 하다. 가이드는 그 어떤 것에도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했던 달리기나 혹은 최소한 이 가이드가 끝나간다는 사실을 고마워하자며 끝이 난다.
평소에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나름 많이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가이드를 들으니 훨씬 더 고마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고마운 사람들도, 사물들도, 장소들도 , 시간들도 참 많다.
마음도 훈훈하고 따듯하고 좋았고, 몸상태도 오히려 더 가벼워졌다. 기록도 속도와 거리 모두 마음에 들고, 가이드 내용도, 오늘 선택한 플레이리스트도 좋았다. 선선한 날씨까지 포함해서 대자연 둘째 날이라는 사실만 빼면 감히 완벽하다는 표현하고 싶은 날이다.
What are you thankful for?
(당신은 무엇에 감사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