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숲 속에서 만나!
어머니께서 동물의 숲 게임을 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권유였다.
참고로 어머니는 게임이라는 걸 전혀 할 줄 모르신다. 게임이라면 어릴 적 내가 하던 게임을 금지시킬 줄만 아셨지 본인이 한다는 건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예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자녀에게 동물의 숲에서 선물과 편지를 남긴 사연을 본 적이 있었다. 그 ㄸ 부모님 세대도 게임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
사실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잠깐 만져보고는 어렵다며 다시 너나 하라고 줄게 뻔했다. 동물의 숲 게임칩도 친구에게 잠깐 빌린 것도 그 이유였다. 어차피 안 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나의 엄청난 오해였다.
간단한 조작법, 캐릭터 이동법을 알려드리고 나뭇가지를 줍고 곤충 잡는 법을 알려드리자… 어머니는 그날 밤 11시가 넘도록 스위치를 붙잡고 계셨다. 곤충을 잡을 때마다 나오는 효과음이 방문을 타고 내 방까지 들렸다.
그 뒤로 어머니의 동물의 숲은 시작되었다. 중간중간 새로운 기능이 생길 때마다 알려주고 주기적으로 돈 관리(?)를 해드리는 것 빼고는 지금도 어머니는 여러 동물친구들과 더불어 나와 함께 동물의 숲을 하고 있다.
대화거리가 급속도로 늘다!
딸은 적어도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쇼핑을 하고 함께 영화도 보러 간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은 기껏해야 용돈을 드리고 어머니의 안부에 ㅇㅇ이나 응, 알겠어만 할 뿐이었다. 예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택시기사분이 아들과 함께 온 것을 굉장히 신기해하셨다.
‘보통은 딸과 오는데 아드님과 함께 온 건 처음 보네요. 아드님이 효자네요!’
그만큼 아들이란 존재는 어머니에게 무뚝뚝한 존재인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을 봐도 가족여행을 제외하고 어머니와 둘이서 무언가를 했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함께 여행 가는 것 빼고는 대화는 그저 밥 먹었니? 언제 오니? 정도였다. 막상 안부 전화를 해도 형식상의 인사가 전부였다.
하지만 동물의 숲을 하면서 어머니는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자신이 잡은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캡처하는 법도 모르시니 당연히 휴대폰으로 화면을 그대로 찍어 보내주신다. 특히 동물의 숲에서는 계절마다 잡히는 곤충이나 물고기가 달라지니 바뀔 때마다 어머니의 카톡은 그야말로 폭발한다.
이쯤 되면 무뚝뚝한 자식도 건성으로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조작법을 알려드리고 ‘와 잘 잡았다’ ‘ㅎㅎ 예쁘다’ 정도의 이전보다 훨씬 발전한 리액션을 할 수밖에 없다.
확실히 동물의 숲을 하면서 대화의 종류가 늘었다. 현실일을 넘어 숲 속 동물 친구들 일까지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과거 어린 내가 어머니에게 게임 속에서 어떤 아이템을 얻었다고 하면 어머니는 뭐라고 하셨을까 궁금해진다.
결국 어머니는 지금도 나에게 카톡을 하신다. 그리고 그 대화에서 게임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인생의 지나온 궤적을 발견하게 된다. 내 어린 시절 이야기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동물 친구들과의 관계를 보면서 어머니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서 어머니가 원래 어떤 분이셨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