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공식은 어디서나 통한다
안녕하세요.
30 대 후반, 9년 가까이 일한 회사를 퇴사한 후 작년 8월에 평택에 있는 삼성 고덕 반도체 현장에서 숙식 노가다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여기서 있었던 일들과 깨달음, 의미 있는 일들을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들은 매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했고 많은 응원과 공감의 댓글이 있었습니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연재중이고 이 글에 대한 반응(댓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게시글 아래에 댓글이 있으며 브런치 댓글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277955
이번에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노가다를 한다고 하면 “돈 많이 모았냐?”라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 하면 나오는 질문은 결국 돈을 얼마나 모았냐로 귀결됩니다. 당연합니다. 이곳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러 왔기 때문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제적 관념이 그리 강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덜 쓰면 조금씩 모이는 게 저축이라 생각했고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에 대해 가계부를 꾸준히 기록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자동차나 명품을 살 때 안사면 저축이고 남들보다 덜 쓰면 그게 저축하는 거다
이런 생각으로 그동안 살아왔고 돈을 모아 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곳에서는 확실히 몸은 힘들지만 이전 직장에 비해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이상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 내가 얼마나 모았지?‘ 하는 궁금증에 은행 어플을 실행했습니다.
’어, 이상하다. 왜 이것밖에 안 모였지?‘
분명 은행 어플을 실행시켜서 예금을 확인했지만 ‘생각보다’ 드라마틱하게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계좌에 이상이 있는 건지 제 기억에 이상이 있는 건지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저축액은 늘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절반 정도의 돈이 모였을 뿐입니다.
보이스 피싱을 당한 것도 아니고 모르는 금액이 결제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통장 내역을 보면서 버는 족족 꾸준히 빠져나간 카드값, 집에 보내는 돈 등 이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지출들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초반에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면서 소비가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외딴곳에서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랍시고 꾸준히 무언가를 사들였습니다. 숙소에 정착하면서 몇 가지 가구를 구입하고 다이소에서 끊임없이 생활용품들을 사들였습니다. 그 외에 핫딜 같은 곳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대량으로 구입했습니다.
분명 숙식 노가다를 하면 돈을 모으기에 최고의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물건들을 구입했습니다. 가끔가다 쉬는 날에는 여행을 가고 핸드폰을 최신으로 바꾸는 등 꽤 큰 소비도 중간중간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인지 하지 못한 돈 나가는 구멍들이 보였습니다. 일단 형과 함께 어머니가 사는 집에 대출금 상환 금액을 일정액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형이 결혼하고 나가 살면서 어머니 집에 함께 사는 제가 전기, 수도, 가스비를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이것만 해도 제 생활비만큼의 금액이 빠져나갑니다.
이쯤 되니 생각보다 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곳에 먼저 왔던 친구의 경우 2년간 7000만 원을 모았습니다. ’ 1년에 3500만 원씩 모으면 되네? 고덕오면 한달에 4, 500번다고 하니까 한 달에 300씩만 저축하면 되는 거구나. 간단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훨씬 어려웠습니다. 300을 저축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몸소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이 친구는 그 기간 동안 통화할 때면 상당히 우울해했었고 힘겨워했었습니다. 적게는 30, 많게는 40 공수를 찍으며 일하다 보니 결코 쉬운 삶이 아니라는 걸 직접 체험해 보고서야 알았습니다.(심지어 지금은 슬로우 다운 기간이라 기본단가 기준 300 초, 중이 최대인 시점입니다)
그 뒤로 가계부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부터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안드로이드 어플의 경우 문자를 자동으로 해석해서 작성해 준다고 하지만 뭔가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면 수동으로 문자를 복사해서 입력해야 했습니다. 예전이었으면 포기했겠지만 이번에는 꾸준히 입력했습니다. 소비하는 즉시 입력을 시작한 지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서서히 돈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흐름을 보면서 어쩔 수 없는 지출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말한 집안과 관련된 돈은 내가 아무리 절약해도 대략 50만 원 정도는 고정 지출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깨달은 점은,
‘아, 순수하게 돈을 모으는 환경에 있는 것도 행운이구나’
앞서 친구가 2년간 7000만 원을 모을 수 있었던 점도 부모님이 자식에게 별다른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순수하게 자신에게 쓰는 돈을 조절하면 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처럼 어쩔 수 없이 외부로 지출해야 하는 사람들은 두 배, 세배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쉽게 모을 수 없습니다.
특히 가정이 있는 가장분들이 이곳에 오신 경우가 많습니다. 매달 가정으로 송금하면서 본인은 철저하게 업체에서 제공하는 식사만 해서 지출을 줄이는 분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와 돈 많이 모으셨겠어요”라고 말했지만 돌아돈 대답은,
”저만 아끼면 뭐 하나요.... 가족은 그대로예요(쓴웃음)“
조금 안타까운 사례는 부모님의 사업 빚을 형제가 고덕에서 일하면서 착실히 부모님께 이체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자와 원금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발견합니다. 집에 가서 다그쳐 물으니 형제가 모은 돈으로 빚을 갚지 않고 또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아예 힘이 빠져서 그제야 자기를 위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어떤 친구는 이곳에서 차를 사고 전기 자전거를 사면서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면서 새로운 빚을 만들어 내는 경우입니다. 그 외에 젊은 시절 사고 쳐서 합의금을 갚아나가고 있는 경우도 있고 너무도 흔한 케이스, 주식과 코인으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돈을 모으는 게 의외로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외부 변수를 관리하지 못하면 내가 아무리 모아도 야금야금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예전보단 통장에 돈이 늘어나는 속도는 훨씬 빨랐습니다. 정말 과거에는 아예 신경을 안 썼다기보다 돈 모으는 걸 포기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 당신의 삶은 단 한 번이다 ‘라는 뜻의 욜로가 유행했습니다. 이왕 사는 거 팍팍한 삶 속에서 즐기며 살자, 소확행이라는 이름으로 작지만 비싼 음식, 가전제품을 사는 게 유행했습니다. 지금도 휴가철만 되면 인천공항은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욜로족이 되는 이유는 더 이상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평생을 일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기에 집대신 10만 원이 넘는 망고빙수를 먹거나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이죠.
저 또한 가계부를 매일 작성하고 매일 보면서 이제서야 돈을 모은다는 개념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언젠가 돈이 모아지겠지 ‘ , ’그냥 잘 되면 돈이 잘 벌리겠지 ‘라는 굉장히 수동적인 경제관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매달 들어오는 돈으로는 한 달에 백만 원 채 모으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기 계발을 한다는 이유로 해외여행을 가고 휴가 때마다 제주도로, 여러 휴양지를 다녀왔습니다. 물론 의미 없는 여행은 아니지만 돈을 모아 무언가를 이룩한다는 희망 자체를 갖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과거에 100만 원 모으던걸, 200백, 정말 힘들게 일하면 300만 원씩 모으면서 조금씩 경제적 안정감과 개념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돈을 효과적으로 모을지 희망과 의지를 갖고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려면 수면시간을 늘리면 된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식사를 줄이면 된다.
고덕에서 찾은 제 삶에 확실한 도움이 되는 진리이자 성공의 공식입니다.
그럼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적게 쓰고, 많이 벌면 됩니다. 이런 면에서 숙식 노가다는 그야말로 가장 돈을 모으기 좋은 환경입니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인생의 밑바닥에 온 듯한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제 삶에 또 한 가지 새로운 기회를 선물해 준 고마운 곳입니다.
하지만 막상 적게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때 제가 항상 했던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제 사상을 바꿔줄 만한 굉장히 좋은 책을 찾는 것입니다. (유튜브 영상도 있지만 워낙 강의를 팔아먹으려는 사기꾼들이 많아 몇 개 보고 접었습니다. 대부분 결국 주식, 코인투자로 유도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양한 저축, 소비 관련 책들을 찾다가 제 마음을 확실히 흔들어 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J.B 매키너의 <디컨슈머>
전 세계의 수많은 소비 산업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현황을 구체적인 예시와 데이터를 통해 알려줍니다. 무엇보다 실제로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다양한 사업과 개인적인 노력들을 실제 연구 사례와 예시를 통해 ’ 나도 할 수 있겠구나 ‘ 하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뜬구름 잡는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며 수집한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마지막 예시 중에 하나가 일본 사도가 섬의 작지만 강한 가게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곳은 우리 조상님들이 강제 징용을 당한 섬들 중 하나라 불편한 마음으로 보긴 했습니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만이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놀랍게도 제가 깨달은 진리의 공식과 동일했습니다.
살을 빼려면 음식을 적게 먹으면 되고 잠을 많이 자려면 잠 이외의 불필요한 활동을 줄여 수면시간을 늘리고, 돈을 많이 모으려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결국 원리는 같습니다.
LED를 발명하면서 기존의 비효율적인 텅스텐 전구들이 사라지고 세상은 더 적은 전기를 소모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기기에 LED를 삽입하고 빌딩 전체를 덮어버리면서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패션 산업으로 수많은 의미 없는 쓰레기 옷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도 결국은 수많은 소비가 일어나 버리면 의미가 없습니다. 시즌별로 양산되는 수십, 수백 개의 친환경 텀블러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런 예시들 가운데 실제로 소비 자체를 줄이고 도시보다 농촌으로 가면서 아예 먹거리도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꼭 시골생활이 아니더라도 적게 벌면서 적게 소비하는 삶을 지향하는 것만이 지구를 살리고 더 풍성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향유하며 살 수 있는 길임을 여러 예시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소비를 줄이는 게 단지 돈을 모으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하는데 드는 시간을 절약하고 삶을 더 의미 있는 곳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걸 깨닫자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제가 실제 고덕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제 소비 패턴을 보면 ‘아 이거 있으면 편하겠다’ 싶으면 바로 네이버 지식쇼핑에 검색해 바로 주문했었습니다. 무슨 음료수가 인기더라, 핫딜에 20개에 얼마 안 하네? 바로 주문했습니다. 조금만 불편해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을 그 자리에서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딱 하루만 주문을 미뤄 봤습니다. 재미있는 건 식욕과 소비욕은 동일한 욕구였다는 것입니다. 식욕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듯이 그때의 소비욕구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사려고 했었나?‘ 싶을 정도로 욕구가 사라졌습니다. 구체적으로 3일을 참아봅니다. 그래도 계속 생각난다면 저녁에 주문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정말 필요하면 주문을 유지합니다. 저녁에 구입하는 이유는 업체가 퇴근했기 때문에 전산상으로 다음 날 아침 일찍까지 충분히 취소할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가장 많이 시도했다 실패했던 가계부, 그 원인을 탐색해 보니 소비 욕구를 통제당한다는 느낌과 과소비를 했을 때의 제 자신이 실패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정리정돈의 대가 곤도 마리에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버릴 물건과 갖고 있을 물건은 그걸 봤을 때 설렘이 있는가를 따져보세요 “
가계부도 결국 하나의 일기장입니다. 내가 했던 소비들을 최대한 솔직하게 입력했습니다. 그리고 메모란에 무엇 때문에 구입했는지 간단하게 입력했습니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가계부를 실행시켜 매달 1일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소비들을 살펴봅니다. 이렇게 보면 어떤 소비는 시간이 지나고 ’ 굳이 살 필요가 있었나 ‘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소비들은 반복하지 않으면 됩니다. 소비에도 정말 잘 썼다 싶은 게 있고 허세나 주변 사람들을 인식해서 했던 불필요한 소비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자주 볼수록 제 삶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고 동일한 소비는 안 할 수 있었습니다. 즉, 설레는 소비와 그렇지 않은 소비를 구분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가장 큰 효과를 준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를 ‘다이소 효과 방지’라고 부릅니다. 보통 다이소에 가면 자기도 모르게 이것저것 바구니에 담습니다. 계산할 때 되면 항상 만원이 넘었습니다. 막상 집에 가서 보면 이전에 산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과거에 가지고 있던 걸 잊어버리고 또다시 새로 사는 것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리정돈을 하지 않아서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치 ‘디지털 잠시 멈춤’에 나온 사진 찍기 효과와 비슷합니다. 너무 많은 걸 사진으로 남기니까 무엇을 찍었는지 조차 잊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4색 펜과 몇 가지 문구류를 구입했습니다. 만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집에 있는 책상 서랍을 정리해 보니 구석에서 정확히 똑같은 모델이 나왔습니다. 애초에 살 필요조차 없는, 너무나 허무한 소비였습니다. 이후에 집안 구석구석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롱 위에 올려 두었던 잡동사니 바구니를 꺼내서 분류하고 책상과 책장에 있던 물건들을 꺼내서 머릿속에 전체적으로 ‘스캔’을 했습니다. 이렇게 한번 나에게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니 불필요한 구입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습관에 현장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팀장님이 저에게 공동 공구함 정리를 부탁했습니다. 이전에는 적당히 잘 보이게끔 정리하고 닫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아예 모든 공구류를 다 꺼냈습니다. 스패너, 줄자, 야스리(원래 뭐라 부를까요?), 드라이버 등 온갖 공구가 나왔습니다. 재미있는 건 모두 평소에 “우리 14 스패너 어디 있지? 또 누가 가져갔나?” 했던 공구류들이 우르르 구석에서 나왔습니다. 줄자만 6개나 나오고 수평자만 5개가 넘었습니다. 깔깔이도 항상 없다고 했지만 막상 정리하니 5개나 있었습니다.
그동안 항상 안 보여서 다들 인터넷으로 하나둘 샀던 것들입니다. 진작 정리했다면 각자 불필요한 소비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공구함을 정리하자 다들 “헐, 이거 원래 있었다고?!” 라며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리정돈은 내게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행위란 걸 깨달았습니다. 내게 어떤 자산이 있는지 알려면 한 번은 쫙 널어놓고 봐야 합니다. 그게 꼭 물건이라도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간관계일 수도 있고 내 능력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전체적으로 모든 물건을 꺼내봅니다. 꼭 버리지는 않더라도 내게 무엇이 있는지 알면 불필요한 소비 자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을 아는 것 자체가 자산입니다. 그리고 금융적인 자산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건강하고 부모님이 건강하다면 그것도 훌륭한 자산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만약 아프다면 꾸준히 또 돈이 나갈 테니까요. 집안에 고정지출이 있지만 그 이상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만으로 다행히 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 지식, 능력으로는 아직 외부의 고정 지출을 막을 여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제 자신이겠지요. 매달 주문하던 핫딜 캔음료를 2리터 페트병에 홍차 티백을 넣어 냉침을 시키거나 배달음식 대신 숙소의 오븐을 이용해서 직접 요리해 먹는 건 제 능력으로 가능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꾸준히 절약하고 돈을 모아야겠지요.
이곳에 와서 이런 공식을 알게 되어 참 기쁩니다.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공식을 삶에 적용해 가면서 생활하니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