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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석 Feb 12. 2024

(21) 몽골 도서관에서 읽은 책 소개

평택 반도체 숙식 노가다

지난번에 몽골 도서관에서 읽었던 수많은 책 들 중에서 댓글로도 가장 좋았던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하셔서 이번 시간에 한번 소개해 봅니다.


일단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입니다.


지금도 신기한 건 가장 시끄럽고 짙은 땀내가 나고 겨울에는 정말 추웠던 곳에서 신기하게 집중해서 독서한 경험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연장 근무가 끝나고 저도 모르게 야간 근무하는 사람들과 같이 퇴근할 정도로 깊이 집중하고 그야말로 책 페이지에 있는 검정 글자를 맹렬하게 흡수하듯이 읽었습니다.


모든 책이 당연히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한 번도 책을 환불한 적이 없었는데 왕복 배송배 5천 원을 물고 보내버린 책도 있었습니다.

의외로 자기 계발서들이 가성비가 안 좋은 것들이 많습니다. 화려한 제목과 가격을 올리기 위해 두툼한 하드커버가 특징입니다. 왠지 저걸 가지면 그 능력이 제게 올 것만 같은 제목과 고급스러운 양장본,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뻔한 내용이나 과장된 내용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000 하기 시작했더니 갑자기 백만 달러 계약 전화가 왔다. 전자책을 내기 시작했더니 한 달 만에 3천만 원을 번다 등)


책 선택의 기준

ㅇ 더럽게 읽은 책  

개인적 철학은 ‘책은 더럽게 읽어야 한다’입니다. 우리 뇌는 온갖 곳에 기억의 흔적들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학생 때 슬리퍼를 신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다 같이 식당에 들어가고 나올 때 수많은 비슷한 삼선 슬리퍼를 봐도 자기 것은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모두 똑같이 생겼어도 슬리퍼에 새겨져 있는 미묘한 흠집이나 얼룩 때문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곳은 밑줄 긋고 펜이 없으면 귀퉁이를 접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예 메모와 그림까지 그립니다.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많이 적고 흔적들을 남겨 놓습니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도 자기 것에 새겨진 미묘한 접힘이나 흠집은 알아봅니다. 생각보다 우리의 뇌는 사소한 것으로 그것이 자신의 것인지 기억합니다. 그래서 e-book보다 종이책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기억의 흔적을 다양하게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아날로그의 향수가 아니라 종이책의 무게, 접은 흔적, 사소한 메모 등이 아직은 e-book에는 기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굿 노트의 PDF 로테이션을 한다 해도 아날로그의 ‘높은 해상도의 더러움’을 구현하기에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더러움 = 수많은 기억의 흔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접은 표시들 하나하나가 세이브 포인트



ㅇ 내 사상, 관점을 변화시켜 주는 책  

오늘부터 다이어트해야지. 오늘부터 장내 미생물을 생각한 식사를 고르자. 이런 결심들은 마음먹기는 쉽지만 막상 행동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제 약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음먹는 건 쉽지만 실제 행동은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내면의 동기, 사상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신기합니다. 어떤 일이든 의미만 찾으면 스스로 고난 속으로 들어갑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상관없이 나에게 울림을 주는 일이면 사람들이 뭐라 해도 지하철 속에서 세상의 종말을 외치고 자기 몸을 고통 속에 던져가며 오히려 즐깁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를 봐도 의미를 찾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더 높은 생존율을 보입니다. 그래서 좋은 내용의 책 보다 ‘내게 울림을 주는 책’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단 한 줄에서 의미만 찾을 수 있다면 그 책의 역할은 다했다고 봅니다. 



지금 소개해 드리는 6권의 책은 제게 울림을 주고 몇 번이나 보고 더럽게 읽은 책들입니다. 그래서 남들에게는 울림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직 저에게만 해당되는 한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경험이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소개하겠습니다.


디컨슈머

절약하는 습관과 돈을 덜 쓰게 움직이게 해준 책입니다. 이전 글에서 살을 빼는 어처구니 없이 쉬운 방법이 바로 적게 먹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 논리를 적용해서 돈을 모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적게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매번 알구게를 보며 대량의 음식을 사들이고 힘든 생활에 대한 보상이라며 물건을 사는 자신을 목격합니다.


초반에는 당연히 돈 관리에 관련된 책들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돈에 대해 이야기할수록 제 자신의 초라한 자산을 보게 되고 눈 질끈 감고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또 돈 관리, 돈 버는 법을 강의하는 책, 유튜버들은 높은 확률로 자신의 강의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인 것도 깨달았습니다. 어떤 책은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라 하지만 막노동 생활에서 투잡을 뛰고 또 하나의 사업을 하는 건 절대 쉽지 않습니다. 투잡을 뛰라고 하는데 모든 사람이 퇴근 후 대리나 도보 배달을 할 수 없고 전자책을 내서 수천만 원을 벌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지구를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궁극적인 방법은 ‘그저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극단적인 무지 출 챌린지도 아니고 정말로 내게 필요한 것만 남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비는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에서 오히려 산업은 패스트패션, 더 많은 전력 에너지 소비로 향하고 있다는 걸 전 세계적인 통계, 예시를 통해 설명합니다.


한 예로 LED를 발명하면서 수많은 비효율적인 텅스텐 형광등이나 전구가 없어지고 친환경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예 빌딩 전체를 LED로 뒤덮어버렸습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빛을 비추는 게 아니라 단지 광고를 하기 위해 소비하고 있습니다.


환경뿐만 아니라 서서히 소비를 줄이고 밭을 가꾸고 만들어가는 사람들. ‘은은하게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결론은 친환경 에너지, 친환경 재료 이런 것에 있지 않습니다. 그저 한 가지 제품을 오랫동안 쓰는 것,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텀블러가 친환경이라 하자 각 업체들은 너도나도 재고가 넘치는 텀블러를 수백만 개 찍어내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경우도 매 분기 수십 종류의 텀블러를 내면서 그린워싱의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결국 친환경이라는 태도조차 상품이 되어버립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소비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무언가를 바로 구입하지 않고 집 안을 정리하면서 중복되는 물건들을 찾아냈습니다. 다이소에 가기 전 집 안에서 정말로 그 물건이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놀라운 건 5가지를 구입했는데 4가지가 이미 집에 있던 물건들이었습니다. 결국 다시 돌아가 4가지를 환불받았습니다. 만약 다시 찾아보지 않았다면 소액이라도 쓸데없는 지출이 되었을 겁니다. 


결국 투잡이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건 파이프 속 물 사용을 줄이는 일입니다. 물 사용이 엄청나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다 보면 더 큰 파이프라인이 필요하고 결국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합니다. 그것보다 지금 당장 소비를 줄이는 게 어쩌면 첫 번째 순서이자 현명한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용과 관계는 없는데 책 마지막에 일본 사도가 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기서 일어나는 느린 생산, 소비 운동에 저자가 예찬을 합니다만... 이곳은 과거 일제시대 때 강제징용 문제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이 유네스코로 후보지로도 추천하는 뻔뻔함이 묻어나오는 곳인데.. 암튼 좀 씁쓸했습니다)


익스텐드 마인드

디지털 잠시 멈춤을 집필하면서 뇌 과학에 관심을 갖고 많은 책들을 읽었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주제는 기억, 학습, 집중력입니다. 이 책을 통해 왜 움직임이 중요한지, 마찰이 중요한지, 어떨 때 효과적으로 우리가 기억하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예시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세 번을 다른 색 펜으로 밑줄 그어가며 읽고 나중에는 책 가운데 제본이 벌어지기까지 했습니다. 몽골 도서관에서 두 번째로 많이 감탄하며 읽은 책입니다. 


가장 중요한 개념은 뇌 바깥에서 생각하는 법입니다. 제스처를 통해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걸으면서 생각하는 게 더 효과적인 이유에 대해 나옵니다.


이런 개념들이 왜 충격을 줄 정도로 좋았냐면, 바로 제가 있는 현장과 너무나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 ‘현장에 답이 있다’입니다.


사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왠지 나이 진득하고 현장에서 오랜 시간 녹아든 반장님만의 입에서 나올 것 같았습니다. 막상 현장에서 일해보면 확실히 이해됩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고 거대하고 수많은 장비와 스케줄 변동이 있는 현장은 그야말로 변수투성이입니다. 이 말은 책상에서 설계하고 계획을 해도 막상 현장에서는 항상 도면과 다른 현실을 목격합니다. 반대로 해석하면 사무실에서 답이 안 나오는 상황도 현장에서는 수많은 변수들을 거치다 보면 해결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필요한 자재가 있지만 지금 당장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돌아다니고 많은 반장님, 팀장님들과 이야기하고 나면 어느 순간 필요한 자재, 도구들이 생겨납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거대합니다. 기둥마다 8미터의 거리에 사다리를 타고 위아래로 트레이, 배관 사이를 돌아다닙니다. 초반에 위치를 기억하려고 메모장을 들고 다녔지만 일일이 기록하기에 너무나 많고 거대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공간을 이용한 생각도 가능합니다. 배관의 흐름과 기둥 번호를 보고 작업 위치를 기억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기둥에 분필로 나만의 메모를 해두거나 케이블 타이를 트레이에 묶어 두면 나중에 한 번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기억이라는 게 내면으로 향하는 게 아닌 외부로 향한다는 걸 현장에서는 너무나 명백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온갖 재료를 가지고 기억합니다. 이분들 모두가 기억력의 대 가나 특별한 학습을 한 것이 아닙니다. 거대한 현장에서는 그만큼 뇌가 공간을 이용해서 생각하고 기억하는 법을 깨닫습니다. 분필, 케이블 타이뿐만 아니라 라인 테이프로 작업 영역을 그려 놓는다던가 절연 테이프나 매직으로 특정 구간을 마킹해 놓는 등 다양하게 표시를 해둡니다. 스스로 기억하기 힘든 것들은 이렇게 외부에 물리적인 장치로 기억해 놓습니다. 


설명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닥에 그리기도 하고 손짓으로 멀리 공간들을 훑으며 가리키는 등 제스처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일반 사무실에서는 그렇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공간도 작고 모든 게 서류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서류보다 사람의 몸이 더 우선입니다. 설명이 안되면 공구들을 하나의 미니어처로 장비, 건물로 간주하고 설명합니다. 


최근 애플에서 비전 프로가 나오면서 이른바 ‘공간 컴퓨팅’이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컴퓨팅이 계산하다는 근원적인 단어에 초점을 맞추면 이미 이곳에서는 원시적인 공간 컴퓨팅을 하고 있습니다. 기둥으로 구역을 설정하고 구역마다 기억할 것을 자기만의 도구로 마킹하고 여러 자재들을 활용해 거리를 계산하고 자재의 양을 예측합니다. 이 정도면 애플 비전 프로에 비교하기는 민망하지만 충분히 공간을 하나의 컴퓨팅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이상해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이곳에서는 효과적인 학습방법입니다. 이것이 현장에서 답을 찾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뇌 바깥에서 생각하고 사고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10퍼센트 인간 _ 앨러나 콜린

이 책은 제가 현장 기간 때 살을 빼는 데에, 더 나아가 샐러드, 녹색 식단, 섬유질 함량이 높은 식사 위주로 하게 만들어준 책입니다. 그 당시 저에게 굉장한 영향력을 끼쳤고 덕분에 장내 미생물로 인한 행복감까지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필자는 진화생물학자로 22살 때 아프리카에서 박쥐를 조사하다가 살인진드기 떼에 물려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립니다. 몇 달간의 화학 치료 끝에 간신히 병은 나았지만 이후에 기억력 감퇴, 무기력, 발진 등 온갖 부작용을 겪습니다. 저자는 자신을 ‘화학 물질에 푹 담긴 고깃덩어리’ 같다고 표현합니다. 이후에 자신의 병을 고치는 데에 미생물의 역할을 깨닫고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며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비만의 경우도 보통은 게으른 생활 습관, 식습관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장내 미생물이 실제로 근육을 분해하고 지방을 늘리는 균들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뚱뚱한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함께 밥 먹고 공간을 공유하는 순간부터 미생물이 이동을 하기 때문에 함께 뚱뚱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실제적인 실험 결과도 제시하고 반대로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투여받고서 똑같은 식습관, 생활패턴임에도 비만이 ’치료‘되었습니다. 때문에 비만을 습관이 아닌 질병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적합하다고 합니다. 이 글은 흥미로워서 한번 브런치에서 다루기도 했습니다.

(https://brunch.co.kr/@gys3888/159)



그 외에 자폐아의 경우도 지독한 화학약을 먹으면서 증상이 심해지지만 정상인의 미생물을 장내에 이식받고 증상이 정상인 수준까지 완화되는 이야기, 우울증 환자의 증상이 완화되는 연구 결과를 보면서 미생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고덕에서 숙식 막노동을 하면 식권을 지급받습니다. 돈으로 받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업체와 계약한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식권이나 현장 내부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포세카 식권을 받습니다. 워낙 포세카가 맛도 없었기 때문에 식사 대신 포세카에서 운영하는 매점에서  물건들을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물건들도 쿠팡이나 핫딜에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하고 과자도 비싼 편이어서 매일 지급되는 식권 3장으로 과자만 사기에는 아까웠습니다. 그러다 가장 건강에 좋은 샐러드에 주목했습니다. 어차피 과자로 해서 몸 상하느니 샐러드로 바꿔 먹자는 생각으로 매일 샐러드를 2~3개를 구입했습니다. 냉장고에 자연스레 쌓이다 보니 집에도 가져가 어머니께 드리고 그야말로 샐러드에 묻혀 살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침에 샐러드, 저녁 퇴근하고 나서도 샐러드를 저 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드시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이 책을 읽고 나면서 더 녹색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샐러드뿐만 아니라 집에서 어머니께서 양배추나 여러 야채를 추가로 일주일 치 포장해 주면 숙소로 가져와 그야말로 코끼리 밥처럼 먹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오랜 기간 현장임을 하면서 샐러드를 먹는 비율이 늘어나자 삶의 만족도도 올라갔습니다. 나중에는 집에서 양배추와 깻잎, 적상추 등 인터넷으로 대량으로 구입한 뒤 소분해서 가져와 숙소에서 먹었습니다. 이 영향 덕분인지 23년 한 해는 남들이 보기에 인생에서 바닥(?)에 있는 듯이 보였지만 제 자신은 참 행복했습니다. 좁은 빌라였지만 매일 저와 문 하나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룸메이트와 비록 작고 냄새나지만 작은 제 방이 있다는 사실,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접이식 책상과 이케아에서 구입한 접이식 의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참 행복했습니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행복감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분명 제 안에 녹색 채소로 인한 유익균을 ‘농사’ 지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과거에 인스타에도 올렸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CmgXLzePX6-/?igsh=MWJ1d21uZ29vZ2t4bQ==)


저자도 미생물의 효능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합니다. 자신의 세포로 지분으로 치면 10%로 밖에 안되고 나머지 90%는 미생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은 어떤 균에게 먹이를 줄까”라는 사고방식으로 식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각 미생물마다 사람의 몸에서 기분이나 건강상의 영향을 끼치는 게 다르기 때문에 유익한 미생물을 최대한 몸속에 키워야 한다는 것이죠. 유익균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건 결국 섬유질입니다. 하루에 최소 15그램을 먹어야 하는데 저자는 60그램까지 늘렸습니다. 무엇보다 유익균이 사람의 기분에도 영향을 끼치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즉 행복은 내 의지라기 보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음식, 장내 미생물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 책의 가장 멋진 부분은 가장 마지막 부분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병 때문에 아이를 갖는 것에 회의적이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점차 희망을 찾아가고 실제로 삶이 나아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말미에는 자신이 아이를 가진다는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아이에게 어떻게 자신의 좋은 미생물을 넘겨줄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이쯤 되면서 몽골 도서관에서 같이 응원하며 읽던 저 초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남자이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연구를 통해 자신의 질병을 이겨내고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미생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연구를 통해 알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가장 큰 장식은 마지막 문단입니다.


“나와 내 미생물은 천천히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항생제가 없는 삶 은 매우 다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건강하고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바로 내 몸 안의 미생물이 가장 먼저라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나는 10퍼센트 인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입에서 “아멘”이라는 소리가 조용히 새어 나왔습니다. 저자는 굉장히 겸손하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온전한 자신이 아니라 오직 10%의 지분으로 이 몸에 거주하고 있는 자신일 뿐. 그러니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90%를 생각해 보는 자세, 연구결과가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권이 빠졌는데 대략 6권 정도는 제가 몽골 도서관에서 감탄하며 읽었었습니다. 다음편에 나머지3권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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