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하는 순간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된다.
한 아이와 그림책을 읽었다.
참고로 6학년이지만 선생님과 만들기를 좋아하고 독서보다는 게임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최대한 쉽고 소화가능한 그림책을 골랐다.
아이가 고른것은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이야기는 상당히 단순하다. 두 친구가 땅을 파면서 보물을 찾기로 한다.
하지만 보물만 절묘하게 피하는 두 친구.
결국 깊이내려가다 스르륵 잠이 든다.
그러다 다시 깨어나 보니 원래의 출발점. 다시 그들은 출발한다.
대충 이런 이야기다.
사실 예전에도 읽었지만 이게 어떤 의미인지, 작가의 의도가 잘 보이진 않았다. 재미있고 신선하네 정도?
그런데 아이가 “이건 다른 세계로 가는 이야기에요” 라고 말했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라고 하자 처음과 마지막을 보여준다.
정말로 자세히 보니 다르다.
분명 같은 집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집앞 나무 열매가 다르고 애완동물도 달라졌다. 아이는 다른 세계로 간 것이라 말했다. 어쩌면 산소부족으로 천국으로 간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도한 사람의 세상은 다른걸지도 몰라”
나도 모르게 갑자기 이 말이 나왔다.
살다보면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좀 살아보니 얻기 힘든 것일수록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먹고 사는 문제와 엮이면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원하지 않게 된다.
세상은, 특히 우리나라는 성공을 찬양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단기간에 빠르게 성공하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물론 대부분이 강의를 팔기 위해 만든 영상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온갖 동기부여 영상, 성공강의를 듣는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그 사람은 다른 세계에 살게 된다. 실패해도 경험은 남는다. 경험은 그 사람만의 귀한 알고리즘이다. 아무리 성공책을 봐도 막상 자신이 경험해보면 새로운 데이터를 얻고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긴다. 그 때 그사람은 다른 세상에 살게 된다.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쏟아내듯이 하려했다. 갑자기 아이는 지루해졌는지 시계를 본다.
아차.
아까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칼싸움을하고 놀던 선생님이 갑자기 너무 진지해졌다. 나도 모르게, “그 두 친구는 보석은 캐지 못했어도 상관 없어. 이미 다른 세계에서 사는 거야” 라고 나오려는 걸 막고 다시 재미있는 모드의 선생님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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