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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석 Mar 28. 2024

극소규모 독립출판 후기

로블록스 여행기

친한 동생이 북 페어를 권했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본 나로서는 독립출판에 대한 생각도 항상 있긴했다. 그래서 지원했지만 역시 신청할 때 실물책이 아니라 계획을 제출했더니 떨어졌다. 시무룩한 나에게 자신이 북페어에서 함께 판매해볼 테니 한번 만들어 보란 이야기를 했다. 일단 명분이 생기자 다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a4를 반 접어서 중철해서 a5사이즈 36페이지 책을 만들었다.

내용은 예전에 커뮤니티에서 연재한 글들 가운데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한 글 몇개를 골라 만들었다. 그렇게 딱 15부를 만들어 봤다. 만들면서 느낀 점들을 공유할까 한다.

ㅇ 왜 인쇄소에 맡기는지 이해간다.

겨우 36장짜리 책자하나 만드는데 프린터 에러가 은근히 많이 난다. 연속으로 작업하면 물리적인 급지 문제가 생겨 갑자기 두장이 한꺼번에 빨려들어가 이상하게 출력되고 결국 한권전체를 버려야 한다.


게다가 은근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같은 경우 그래도 나름 자동 양면인쇄(무려 종이를 뺐다가 다시 빨아들여 뒤집어서 출력해준다) + 여백없이 출력(종이에 흰 테두리 없이 완전한 이미지 출력) 기능까지 있어서 그냥 반 접어서 출력하면 되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퀄은 훨씬 올라가기 때문에 표지로서는 최고의 방법이다. 다만 이것도 시간이 걸린다. 20부가 넘어가면 그냥 인쇄소에 맡기는게 시간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없다.

ㅇ  좀 더 좋은 종이, 좋은재료에 대한 집착이 커진다.

왜 출판하는 사람들이 표지 재료를 일반 종이에 몇배에서 열배 넘는 가격을 쓰는지 이해간다. 이게 확실히 만지면 다르다. 겉으로는 보기에 아무렇지 않은데 막상 출력해 보면 좋은 종이는 잉크를 먹는(?)그 느낌이 다르다. 훨씬 세밀하게 잉크를 먹어서 같은 해상도의 이미지라도 훨씬 선명하다. 게다가 엠보싱이나 좀 더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면 만질때의 만족감이 커진다.


ㅇ 막상 실물을 보면 상당한 성취감이 생긴다.

요즘은 pdf책이 유행이다. 로블록스도 pdf로 책을 내볼까 생각도 한다. 또 이렇게 아주 간단하게 중철 책을 만들어도 그 느낌이 다르다. 모니터, 스마트폰상의 이미지로 있는 것보다 손으로 만지고 넘기는 감촉이 확실한 만족감, 성취감, 자부심이 든다. 왜 더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편집자나 작가들의 욕심이 이해가 간다.

ㅇ 유튜브는 대단하다.

구글, 블로그 검색 이런거 필요 없이 유튜브만 검색해도 정말 수십개의 친절한 책 만들기, 제본 영상들이 있다. 그것도 집에 있는 아주 기초적인 도구들만으로도 만들수 있는 방법들이 널려 있다. 나도 중철 제본기를 사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냥 수건 위에 종이 높고 스테이플러로 찍어 버리니 제본기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것, 내 손으로 글을 모아 책이라는 형태로 만든 것 자체가 정말 뿌듯하다. 아무래도 몇가지 글들이 생기면 자꾸 이렇게 묶어서 내볼 것 같다.


영상은 릴스 참고

https://www.instagram.com/reel/C5C3k_BxAT-/?igsh=bWs1MjY5cXY4Zn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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