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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석 Nov 17. 2019

서양이나 동양이나 남자아이들은 똑같다.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스물두 번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부모님과 그걸 못 참고 계단으로 뛰어가는 아이,

보도블록으로 걷지 않고 도로와 맞닿아 있는 연석 위로만 다니는 아이,

길가에 징검다리처럼 규칙적으로 튀어나와 있는 돌이 있다면 그 위로 다니는 아이,

형과 동생이 달리기 하다가 형이 저 멀리 가버리면 울어버리는 아이,


한국에서나 스페인에서나 프랑스에서나 일본에서나 모두 똑같이 볼 수 있는 남자아이의 모습입니다. 굳이 불편한 걸 즐깁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도 어머니가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여동생은 어머니 옆에 가만히 기다립니다. 하지만 아들은 계속해서 음식이 나오는 곳과 어머니가 있는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에너지를 해소합니다.


참 신기합니다.

누가 법으로 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세계 어딜 가도 똑같이 행동합니다.

그래서 서로 쉽게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 너도?’라는 눈빛으로 서로 바라봅니다. 여자아이들은 먼저 경계하고 조심스럽지만 남자아이들은 서로 호기심을 가집니다. 서로 만져보고 싶어 하고 신기한 게 있으면 같이 바라봅니다. 말보다는 몸으로 먼저 대화하려 합니다.


어쩌면 내면에 누구보다도 표현 욕구가 강한 걸지도 모릅니다. 생각이 입이 아닌 온몸으로 나옵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보를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화성 탐사선처럼 모든 곳을 미지의 세계로 인식합니다. 프로그램 속에 가장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곳만을 찾아다니라고 명령 코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엘리베이터 같은 편리한 경로가 아니라 계단이라는 굳이 힘들고 귀찮은 코스로 가라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 코드는 전 세계 남자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각인되어서 계속해서 자신의 주변을 탐험하라고 재촉합니다.


가끔 부럽습니다. 일상을 모험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성인이 되어 꼭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고 최대한 빠르고 편리한 길만을 찾는 저를 발견합니다. 창밖의 풍경보다 유튜브라는 작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더 많이 봅니다. 만약 출퇴근 길을 남자아이의 눈으로 본다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새로운 구경거리 투성이 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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