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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석 Nov 18. 2019

아들을 변화시키는 칭찬은 무엇일까요?

칭찬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가 인정받고 싶은 모습이 많은 건 알고 있어요. 그래서 칭찬도 많이 해주는데.. 왜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 할까요?


칭찬을 어떤 식으로 해주시나요?


뭐 만든 거나 그린 거 보면 잘 그렸다 해주고... 또 멋지다고 해주죠.


최근 칭찬해 준 것은 무엇인가요?


어제 그림을 그려왔어요. 사실 졸라맨에다 괴물을 그려 놓은 것 같은데 일단 잘했다고 했어요.


만약 어머님께서 열심히 일을 해서 어떤 기획서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상사가 흘깃 보고는 “어, 잘했어”라고 하면 어떤가요?


좀.. 그럴 것 같아요. “제대로 보긴 한 건가?”라는 생각도 하겠죠?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어떨까요?


.... 음... 그 일을 계속하고 싶진 않을 것 같네요.



최근 어머니와 상담을 나눈 대화입니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느낌,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 우리는 칭찬을 많이 사용합니다. 때로는 오버액션을 하면서 활짝 웃기도 하고 양 손뼉을 치면서 극적인 반응을 합니다. 아이도 자신의 성과와 어른들의 리액션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다 보면 아이는 한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어른의 칭찬에 패턴이 있다.

인간의 학습은 가장 먼저 패턴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매번 동일하게 반복되는 현상, A라는 자극을 주면 항상 B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때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합니다. 어른의 칭찬에도 패턴을 발견합니다. 심지어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의 작품을 보는 어머님들의 반응에도 패턴이 있습니다.


패턴 1.

(약간의 놀라움) 어머 너무 잘했다~!! 뭐 만든 거야?

3초 후 다시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집에 가자고 재촉합니다.


패턴 2.

뭐 만든 거니? 다음에는 꼭 색칠해봐 (또는 아쉬운 사항을 바꿔가며 말합니다). 집에 가자


패턴 3.

정말 잘했네~! 이제 집에 가서 밥 먹자. 빨리 동생 데리러 가야 해.(등등 다음 일정을 말해줍니다)


대부분 이런 패턴으로 진행됩니다. 아이들은 훨씬 영악(?)하고 똑똑하기 때문에 이런 패턴을 빠르게 자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칭찬이라는 것은 부수적인 것일 뿐 진실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엄마는 내가 무엇을 해도 잘했다고 해요.

많은 아이들이 하는 말입니다. 재미있는 건 아버지 반응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비행기를 만들었다면,


와 비행기 만든 거야? 근데 이건 뭐야? 아 ㅋㅋㅋ 엔진이야? 이야 이걸 이렇게 표현했네. 잘 날아가겠다.

아버지의 경우 칭찬보다는 일단 본인의 의견을 먼저 말합니다. 어머니와는 조금 다른 반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여성인 어머니와 남성인 아들의 취향이 극명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기계나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과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것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와는 접점이 넓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박스로 자동차를 열심히 만들어도 아들의 집중력을 칭찬하지 자동차의 디테일을 보지는 않습니다. 반면 아버지는 아들이 자동차 아랫부분도 만들었다면 그것이 배기가스 구멍인지, 다른 부분인지 살펴봅니다. 아들의 집중력보다 아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 작품에 좀 더 집중합니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아버지가 아들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그러한 경향이 더 크다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아들에게는 아빠식 칭찬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관찰했습니다. 신기한 건 어머니와 아버지의 칭찬 방식이 달랐습니다. 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일단 엄마식 칭찬은 아이의 행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무언가를 잘 해내고 결과물에 중심을 둡니다. 아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집니다. 아이는 더 잘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려 합니다. 아빠식 칭찬은 아이의 동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왜 만들었는지, 왜 그렸는지가 중요합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대체 왜 이걸 그렸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아이의 행동이나 작품을 세부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아이가 자동차를 만듭니다. 엄마는 전체적인 형태, 색을 보고 잘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아버지는 “어, 헤드라이트도 만들었네?” “아래 배기구를 만들 생각을 했네. 어떻게 그걸 만들 생각을 했지?”라고 합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엄마는 와이드 렌즈, 아빠는 매크로(접사) 렌즈

엄마는 아이와 아이가 만든 작품의 전체적인 풍경을 봅니다. 집중하는지, 잘 만들고(또는 그리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아버지는 아이가 작품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분석합니다. 아이의 동기를 파악하려 합니다.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둘 다 중요합니다. 다만 인정 욕구가 강한 아들에게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머니의 경우 아버지에 비해 공감대가 적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칭찬하기가 힘듭니다. 비행기를 만들어도 색을 꼼꼼하게 칠한 것만 봅니다. 아버지는 엔진이나 창문 날개의 길이를 봅니다. 어머니는 와이드 렌즈, 아버지는 매크로 렌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면 두 관점은 모두 필요합니다. 다만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은 어머니 쪽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버지는 야근과 업무 피로도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2017년 뉴스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상을 와이드로 볼 때와 매크로(접사)로 볼 때는 확연히 다릅니다.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적인 행동만 봐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구체적으로 동기와 무엇을 했는지 자세히 관찰하고 공감이 필요합니다. 작은 남성인 아들을 잘 알 수 있는 것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자신도 어렸을 때 비슷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압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통해 아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어머니에게 무조건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라고 할 순 없습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호기심과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입니다. 결국엔 대화입니다. 칼을 만드는 것이 어머니는 폭력적으로 보이고 주변을 다치게 할 것 같다고 걱정합니다. 아버지는 그저 그 나이에 당연하다고만 해서는 안됩니다. 더 확대해서 아이의 운동신경과 친구들과 놀기 위해 만든 거지 누굴 죽이고 싶어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자신도 어린 시절 승부욕에 불타서, 신나게 몸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서 나무로 칼싸움한 과거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버지도 세밀하게 자신부터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칭찬은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칭찬은 어렵습니다. 잘했어, 와! 멋지다 라고만 말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좀 더 자세한 특징을 집어서 이야기해 주길 원합니다.


잘했어! 이 부분이 특히 멋지다. 파이프 표현한 거야?


라고 하나씩 집어서 물어봐야 합니다. 이것이 아들이 원하는 칭찬입니다. 하나하나 자신의 작품이나 그림을 뜯어서 봐주고 함께 이야기하길 원합니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동기를 맞혀주기를 원합니다. 같은 남자로서 서로가 공감해주길 원합니다. 그래서 칭찬이 쉽지 않습니다. 시간을 착실히 들여서 관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소모도 큽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칼싸움하는 와중에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한 가지라도 분석해서 이야기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습니다.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관심은 행동을 변화시킨다.


구체적인 칭찬과 관심을 받으면 아이는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의 의견이 진실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를 볼 때마다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관찰하고 또 관찰합니다. 힘들지만 세상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칭찬을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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